서예와 캘리그라피
서예와 캘리그라피
  • 원암 오광석
  • 승인 2018.07.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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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들어 캘리그리피라는 분야에 일반인들의 관심을 커지면서 캘리그라피를 지도하는 학원과 문화센타 등에 수강생들이 모이면서 급속도로 저변이 확대되고 발전하고 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란 아름다운 서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되었으며 서예 또 한 영어로 Calligraphy로 번역된다. 즉 캘리그라피는 인쇄글씨가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씨를 말 하는 것으로 서예에 속한다고 보아야겠다.

 손 글씨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행이 있었는데 20~40여 년 전에는 군대나 큰 회사에서 많은 인원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데 사용했던 차드글씨가 유행을 하여 한때 차드글씨를 배우는 학원이 많았었다. 그 뒤에는 P.O.P라는 상업 글씨가 유행하여 학원과 문화센터, 심지어는 초등학교까지 확산되어 근래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조금씩 그 유행이 캘리그라피로 넘어가는 과도기 인 것 같다.

 P.O.P는 Point of Purchase의 약자로 ‘구매시점 광고’라는 뜻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하여 쓰는 손 글씨로 사람들 눈에 잘 띠게 대부분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를 이용한다.

 캘리그라피는 P.O.P가 어느정도 포화상태가 되자 새로운 손 글씨를 갈구하던 중 원광대학교에서 서예를 전공한 작가가 1990년대 말에 캘리 전문회사를 설립하였고 2006년도에는 전라북도에서 최초로 필자 등이 이사로 참여한 동방서예학원(원장 강수호)의 “필 문자 디자인연구소”가 사단법인으로 설립하였다. 이어서 전국적인 규모의 ‘한국캘리그라피 디자인협회’가 설립되어 오늘날 캘리그라피의 선도적 역할을 하였으며 그 뒤 많은 협회가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었다.

 현재 캘리그라피는 모두 민간자격증인데 그 자격증만 하여도 수십 종이 넘고 관련 서적도 100여 종 이상이 출판되었다고 하니 서예인의 한사람으로써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고 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면 캘리그라피도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나 하는 마음에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지 않고 서예와 더불어 발전하기 위해선 캘리그라피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자격증을 남발할게 아니라 캘리그라피도 서예처럼 붓 잡는 방법부터 편봉(偏鋒), 중봉(中鋒), 원필(圓筆), 방필(方筆) 등 운필법(運筆法)과 결구(結構)와 장법(章法)까지 장기간 연구하며 쓸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도를 해야 한다.

 협회에 따라 다르지만 캘리의 주된 표현이 한글이다 보니 한문서예와 달리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글이지만 다양한 서체로 조형성까지 고려한 창작을 하기위해서는 도저히 짧은 기간 안에 습득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단체가 서예의 기초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짧은 기간 안에 경쟁적으로 자격증만 취득할 수 있게 하고 있으니 가슴 아픈 일이아닐 수 없다.

 요즘 캘리는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한글 캘리, 한문 캘리, 영문 캘리, 문인화 캘리, 수묵화 캘리까지 영역이 다양화 되고 있다.

 캘리그라피는 글씨가 주가 되어야 한다. 어떠한 공모전에서 문인화 캘리 입상작이라고 하여 전시를 하였는데 문인화가 주가 되고 글씨가 종이 되는 작품이 많았다. 이러한 작품들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문인화에 화제글씨를 쓴 것이지 문인화 캘리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히 캘리그라피는 서예에 속하나 서예를 하지 않아도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천박하지만 나름대로 쓸 수는 있다.

 서예도 살고 캘리그라피도 살려면 단 기간에 자격증만 취득하고 말 것이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넓고 깊은 서예로 들어가 공부를 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만이 보는 눈도 달라지고 다양한 필획으로 여러 서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장기간 창작을 하여도 예술성이 고갈되지 않고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

 음악으로 표현하면 캘리그라피가 가요처럼 배우기는 쉽지만 쉽게 싫증이 난다면 서예는 배우기는 어려워도 몇 백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클래식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장기간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글 = 원암 오광석(전북미협 서예분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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