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속으로
새만금 속으로
  • 이철우
  • 승인 2018.07.0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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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화요일 폭우가 지나간 새만금을 찾았다. ‘비의 신’이라는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 바람으로 인한 피해는 크게 입히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 접근하면서 비구름대를 밀어올려 많은 비를 뿌렸다.

 새만금에도 7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선유도에 500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다음날 현장을 방문해 만경강 유역에 있는 남북도로 공사현장 진입로와 선유도를 둘러봤는데, 한때 침수됐던 진입로 일부 구간은 배수관을 새로 정비한 덕분에 완전히 복구된 상태였고 선유도도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올해 12월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산업단지로 이전한다. 작년 7월 취임 후 전북도청 기자실을 찾았을 때 기자들의 관심은 단연 청사이전이었다. 집요하리만큼 이어지는 질문에 “새만금 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청사를 현지로 옮기겠다.”라고 호언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는 청사이전이 새만금 개발을 앞당기는 1순위가 될 만큼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정부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국회 등을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고,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을 한 곳이라도 더 물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장행정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취임 이후 1주일에 한번 이상은 새만금을 방문하려고 노력했다. 현장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새만금의 광대함에 새삼 놀랐고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농생명용지와 산업연구용지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황무지나 호수인 상태에 막막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을 찾을수록 새만금에 대한 애정과 의욕이 자라났다.

 주말에 서울에서 지인들을 만나면 매번 먼 곳에서 오느라고 고생했다는 말부터 건넸다. 사람들은 새만금개발청이 당연히 새만금 현장에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렇지 않은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구차한 느낌이 들었다. 새만금개발청의 이전을 놓고 “직원들이 새만금의 텅 빈 물구덩이를 보면서 일해야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뛰지 않겠느냐.”라고 하던 한 지역 정치인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결국, “안 보면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청사를 이전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그동안의 청사이전 추진과정을 다시 살펴보았다. 2016년 민간전문가와 관련 지자체공무원으로 구성된 청사이전추진위원회가 12차례의 회의를 통해서 임시 청사이전 후보지를 몇 군데로 압축시켜 놓은 상태였다. 가급적 빨리 청사를 새만금 사업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정부방침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단계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이전추진위원회’를 개최해 새만금개발청이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위임을 받았다. 다음은 청사의 현지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공감대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명분상 청사가 현장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본인과 가족의 생활과 관련된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여러 경로로 소통하는 한편, “새만금개발청 청사 이전에 관한 로드맵을 조속히 수립하고 그에 따라 현지로 이전한다.”라는 정부방침을 작년 12월 새만금위원회에 상정해 확정하고 이를 국무총리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기본방침에 따라 새만금개발청은 올해 12월 새만금산업단지 내의 산업단지홍보관 건물로 임시청사를 이전한다는 계획을 확정하고 6월 28일 발표했다.

 앞으로 5개월 후면,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 속’으로 들어간다. 새만금에 몰아치는 비바람도 함께 맞을 것이다. 지도에서 보면 새만금의 모습은 날개를 활짝 편 새를 닮았다.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의 심장과 머리로 자리 잡아 힘찬 비상을 이루어낼 것이다.

 이철우<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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