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떻게 놀지 고민할 때”
“이제 어떻게 놀지 고민할 때”
  • 윤석
  • 승인 2018.07.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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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지 나흘이 흘렀다.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앞으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대안이 쏟아진다. 정작 중요한 얘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근로자들이 알차게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얘기 말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일시적 충격과 폐해는 정책 입안자와 경제계가 해결할 일이다. 근로자들은 늘어난 여가시간을 보내며 잃었던 쾌활함과 활력을 어떻게 되찾을지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걱정은 국가와 사회에 맡기고, 정책의 수혜를 어떻게 빈틈없이 받아들일지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가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2004년 주5일제 도입 이후 캠핑산업, 여행산업이 크게 성장한 바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든 반대급부로 특정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실에 대해,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고개만 끄덕일 일이 아니다. 갑작스런 자유시간이 놀이문화의 획일화로 이어졌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캠핑과 여행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남들 따라하는 수동적인 놀이나, 말초신경 자극 후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오락거리는 우리를 더 피곤하게 한다. 자신을 충만케 하는 여가활동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내년엔 차라리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나을 뻔 했다고 자조할 수 있다.

 제대로 쓰이지 못한 여가시간은 사회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주 5일 근무제가 1938년 도입된 후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꾸준히 진행됐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정치과학자 세바스찬 데 그래지어는 “강제로 부과된 여가는 불안한 권태와 나태의 순간을 만들어내고 개인 폭력을 증가시킬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미국 과학소설 저자 아이작 아시모프에는 “여가의 바다에서 표류하다 보면 2014년에 이르면 정신의학이 의학 최대 전문 분야로 부상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명확한 인과관계는 따져볼 일이지만, 미국은 현재 폭력과 살인, 우울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제대로 노는 건 매우 중요하고 또 쉽지 않은 일인데, 여론은 발생하지 않은 거시적 경제충격에 대한 공포만 만들어내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저녁 있는 삶은 좋지만, 저녁 굶는 삶은 싫다’는 위트 넘치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틀이 만들어지자 그 안에 들어갈 자극적 사례가 쏟아졌다. 연일 근로시간 단축관련한 부정적 사례를 보다 보니, 근로자들은 자신이 수혜자가 아닌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기 이르렀다. 이 같은 걱정은 절대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도 줄고, 생산성이 줄면 경제가 침체해 고용률과 임금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일을 적게 하면 정말 생산성이 저하될까?

 14년 전 주5일제 도입 때는 지금보다 걱정이 더했다. 산업현장 대혼란이 올 거라며 재계반발이 무척 심했다. 그때 이후 한국경제의 생산성 저하됐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그렇다는 분석도, 아니라는 분석도 각자 타당한 실증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된다. 어느 말이 맞는지는 사업주와 근로자 개개인의 경험에 따른 판단에 맡겨야 한다.

 생산성은 수학 영역이 아닌 심리학의 영역이다. 실제로 땀 흘려 일하고 급여를 받아 그 돈으로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는 이를 경험칙으로 안다. ‘최소한의 자기 보살핌이 보장된 일상’과 ‘몸담은 회사에 대한 신뢰’, 이 둘이 지켜진다면 근로자는 1+1을 2 이상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기업은 성장한다. 대외적 충격이 없다는 가정에 따라, 이처럼 성장하는 기업이 극단적으로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선순환구조다.

 근로자가 할 일은 정해졌다. 앞으로 여가시간을 통해 어떻게 활력을 되찾을 것인지 성찰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 6개월 계도기간은 근로자들을 위한 시간이다.

 윤석<삼부종합건설 기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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