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며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며
  • 윤진식
  • 승인 2018.07.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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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세심한 준비와 보완책을 마련하여 이를 통한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번 달부터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다. 물론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과 공공기관이 우선 적용이 되지만 2004년 7월 1일 주 40시간 근로제가 도입된 이후로 15년 만에 이제 주당 총 근로시간 한도가 52시간으로 축소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최대 68시간을 근로할 수 있는 실태였으니 이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16시간이나 단축 제한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과로국가로 OECD국가 중 두 번째로 장시간 근로에 허덕이는 나라이다 보니 정부에서도 마냥 두고만 볼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근로시간 총량제(주당 52시간 한도)의 복판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고용노동부의 한 조사에 의하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3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의 사업장이었는데,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 404만1천명 가운데 12.6%(51만명)가 52시간을 초과해 일했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은 그 절반인 6.3%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즉 300인 이상 사업장은 이미 이러한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하여도 큰 혼란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리고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6월 30일까지는 주당 68시간이, 그리고 이후 2022년 12월 31일까지는 주당 최대 60시간까지 근로시간 확보가 가능하므로 시간을 가지고 대비할 여유가 있지만, 문제는 2020년 1월부터 적용이 되는 50인 이상 300인 이하 사업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경쟁력이나 생산효율성 면에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은 준비시간의 절대부족을 호소하며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노동계는 임금저하 금지를 목표로 새롭게 대오를 정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6개월 연장하는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였지만, 실정법이 유효하게 적용이 되는 상황에서 처벌을 유예하는 것은 새로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또한 경제부총리는 정보통신기술산업(ICT)분야에 특별연장근로 시행방침을 밝히기도 하였다. 특별연장근로란 근로기준법상의 규정으로 자연재해나 재난 등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고 고용노동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특별근로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경영계에서는 석유화학, 정유, 건설, 방송업 등 업종특성으로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불가피하므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범위 확대를 요청해 왔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을 무력화하는 방법이라며 반대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적용도 중요 논란거리로 부상하였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해당 기간의 평균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주당 52시간의 근로를 초과하여 근로하게 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연장근로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경영계에서는 현행 2주 및 3개월 이하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로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며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 과연 이와 같은 경영계의 주장이 노동계를 설득할 수 있을까?

 결국, 이번에도 문제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한 진지한 협의과정이 부족한 부분이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본다. 지난번 최저임금 파동 때에서도 많은 혼란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총 근로시간 단축 역시 치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이와 같은 혼란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노동과 삶의 질이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대하여 반대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04년 주당 40시간 근로제가 시행될 때에도 많은 우려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15년이 지나가는 이즈음에는 나름대로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모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예상하여 사전에 치밀한 분석을 통한 촘촘한 대안을 마련하여 시행하였으면 어떠하였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하지만 이제라도 우선 6개월의 유예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혼란을 최소화하고, 이후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성공적인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최대한의 보완작업을 통하여 모든 국민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 정착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윤진식<(사)대한노사발전연구원장/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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