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안전,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
여름철 안전,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
  • 이선재
  • 승인 2018.07.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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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여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장마다. 장마는 강원도 동강의 뗏목꾼 아내들의 근심을 부르기도 했다.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올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높이 솟은 산들을 용처럼 휘감아 흐르는 동강에서 나무를 운반하던 뗏목꾼들이 장마철에 많이 죽어서일지, 지아비를 걱정하는 아낙네의 근심이 ‘정선아리랑’에도 절절히 녹아 흐른다. 예로부터 해마다 겪는 장마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이레 장마보다 삼 년 가뭄이 낫다.’라는 속담도 전해져 온다. 속담에서 보듯 우리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를 더 두려워했다. 가뭄도 힘들기는 하지만 장마가 들면 산과 축대가 무너지고 도로가 통제되며 사람이 죽거나 강이 범람하고 농지가 침수된다. 체감 기후로나 생활상의 편의로나 그래도 가뭄이 장마보다 낫다는 수해에 대한 경각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최근 무더위와 집중 호우로 관련된 사고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이 있는가 하면 빗길에 미끄러져 생긴 교통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또한, 비가 그치더라도, 남아있는 물기 탓에 공사장이나 작업장 등 물에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 환자도 많아지는 시기다. 매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 같은 장마 기간이지만 이로 말미암은 사고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안전 매뉴얼을 지키고 준수해야 할 때다.

 며칠 전부터 관련 부처와 기상청에서 장마와 태풍에 대한 기상 예보와 함께 각 언론사 채널을 통해 각별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인파가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안전의식 강조와 실천이 절대적이며 하천부지나 고수부지 등 해마다 수해로 피해를 보는 지역이나 우려되는 지역에 대한 예방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계속 가물고 메말랐던 대지 위에 장맛비가 쏟아 붓게 되면 연약한 대지나 절개지 등이 무너져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장마로 인한 피해는 짧은 기간 많은 비가 쏟아져 발생하는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저지대 위험시설이나 시설물 방치로 인해 폭우에 떠내려가다가 발생하는 안전사고 등 간접적인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한다. 후자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대부분 인재에 해당하는 비율이 크기 때문에 더욱더 관심을 갖고 사고예방의 기반을 스스로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설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지나친 과신과 방심은 사고를 부르기 마련이다. 유사 사고가 잦아지는 시기인 만큼, 비가 점차 그쳤다고 해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자만하지 않고 직·간접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 2일 전라북도는 민선 7기 도지사 취임식을 취소하고 집중호우 및 태풍 쁘라삐룬 북상으로 인한 재난안전 대비 긴급회의를 실시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마와 태풍의 경우 직접영향권에 있지 않더라도 피해 양상이 다르고 예상치 못한 재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소방본부 또한 긴급대응태세를 강화해 사고다발 및 피해 우려 지역 등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소방력 전진배치를 통해 유사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안전은 말이나 여러 대책 마련보다 실천이 우선되어야 성과를 거둔다. 사고예방을 위한 모든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절실하다.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는 도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에겐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 장마는 그동안 비 소식에 목말랐던 도민들에게 고마운 손님으로 남길 바란다.

 이선재<전라북도 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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