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역사박물관 개관 16주년, 과거시험 특별전
전주역사박물관 개관 16주년, 과거시험 특별전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6.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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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수’시제에 답한 고정봉 시권(1798년)
 과거 벼슬에 나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었다.

 시험을 보지 않고 부모의 영향으로 벼슬에 나가는 음서제도와, 개개인의 능력으로 문과와 무과 등 시험을 치러 벼슬에 나가는 과거제도이다.

 과거시험의 급제는 고시 합격처럼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은 개관 16주년을 맞아 2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기념식을 갖고 조선시대 과거시험 특별전을 개최한다.

 8월 26일까지 진행될 이번 특별전에는 ‘학문에 들어가는 문, 벼슬에 들어가는 길: 입학지문 입사지로(入學之門 入仕之路)’란 주제를 가지고 총 50점의 유물이 선보인다.

 전시의 구성은 과거제 도입과 시험 절차, 시험 답안지인 시권, 합격증인 홍패와 백패, 전주 출신 급제자 소개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국내에 과거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고려 광종 때의 일이라고 전해진다.

 광종은 호족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지난 958년 처음 과거제가 실시된 이래 조선시대 말인 1894년에 폐지됐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안지인 시권은 과거제의 유물 중 가장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과거 급제는 가문의 영광이자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는 사대부의 평생 소망이기도 했다.

 과거 시험에 합격하면 시권을 돌려줬고, 집안에서는 이를 가보로 보존했다.

 이번에 전시된 유물 가운데 1798년 광주에 설치된 외방별시에서 1등으로 합격한 고정봉(1743∼1822)의 시권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고정봉의 시권을 보면 당시 과거 시험에 태조의 고조부인 목조 이안사가 전주 장군수(將軍樹) 나무에서 유년 시절 병법을 익혔다는 내용이 시제로 출제됐음을 알 수 있다.

 고정봉은 이와 관련해 장군수 나무가 조선을 건국할 조짐을 나타냈다고 답하면서 1등을 차지한 일화는 지금까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시권은 그 길이가 보통 1m를 훌쩍 넘는데 지금과 달리 응시자의 이름뿐 아니라 본관과 거주지, 나이, 직업, 가족 관계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점에 들어가면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답안지의 개인정보가 쓰인 부분은 떼어내서 사본을 따로 둘 정도로 철저히 관리했다고 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의 경우 전주에서 치러진 과거시험 시권과 3m에 이르는 합격자 명부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전주 출신의 급제자는 총 105명으로 전라도에서 남원, 나주, 광주와 함께 가장 많은 문과자를 배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또 조선시대뿐 아니라 고려시대 과거제를 보여주는 과거급제증을 선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시에 공개된 고려시대 과거급제증 2점은 남원양씨 양수생 홍패(보물 제725호)와 전주최씨 최광지 홍패이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은 “시험에 합격하면 문과와 무과는 홍패가 주어졌는데 고려시대 홍패는 몇 점 남아 있지 않은 매우 귀한 유물”이라며, “전주최씨 최광지 홍패는 명나라 초대 황제 홍무제가 내려준 ‘고려국왕지인’어보가 찍혀 있는 유일한 문서이다”라고 설명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전시 관람에 이어 관람객들이 앵삼(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착용하던 예복)을 입고 어사화(조선시대 문무과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하사하던 종이꽃)를 쓴 뒤, 홍패를 들고 과거 급제자처럼 사진 촬영이 가능한 포토존을 마련했다.

 특별전이 열리는 28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전주역사박물관 강당에서는 ‘제20회 전주학 학술대회’가 열린다.

 이번 학술대회는 조법종 우석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김주용 원광대학교 교수와 박학래 군산대학교 교수, 박찬승 한양대학교 교수 등이 참석해 근대 전주의 민족운동과 사회상을 조명한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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