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저출산, 자치단체가 앞장설 때
심각한 저출산, 자치단체가 앞장설 때
  • 김선기
  • 승인 2018.06.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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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과 인구감소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신문기사가 눈에 띈다.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도내 7개 대학, 전국적으로는 116개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 감축대상에 포함되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신문에서는 전북의 출생률 감소로 도내 민간·가정 어린이집 폐원이 증가했다는 기사도 보인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구조 변화의 악영향은 이 사례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저축, 소비, 투자 위축으로 성장률을 저하하고,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목말사회’를 겪게 될 것이다. 지역에서는 공공서비스 공급의 비효율과 유휴시설의 매몰비용으로 행정비용이 급증하며, 전통산업의 위축, 생활 인프라의 접근성 저하 등으로 지역경제 활력과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저출산의 덫’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983년에 인구대체수준인 2.1명에서 계속 감소하여 2001년에는 초저출산국가 기준인 1.3이 무너졌다. 급기야 2017년에는 1.05로 통계 작성 이래 최저수준이자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였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합계출산율은 1.15로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지만, 조출생율(인구 1천 명당 출생아수)은 6.1로 전국 평균인 7.0에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같은 해 전북의 조혼인율(인구 1천 명당 혼인건수)이 전국 평균 5.4보다 낮은 4.7에 그친데 기인한다.

 인구구조 변화는 모든 사회경제지표 증에서 가장 확실한 선행지표이다. 「인구절벽」의 저자인 해리 덴트의 말이다. 인구현상은 단기간에 바뀌지도 않고, 인위적으로 바꾸기도 어렵다. 때문에 현재 예측되는 미래 모습은 거의 그대로 실현된다. 오히려 강원, 전북, 전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초과하는 이른바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본격화되어 인구감소 추세가 예상보다 빨라질 우려도 없지 않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 제정과 함께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243개 자치단체들도 1만여 개를 헤아리는 다양한 저출산 시책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책의 양적 풍성함에 비해 가시적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출산동기를 부여하는 자치단체별 고유한 정책이 부족하며, 출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육아, 주택, 일가정 양립 등을 지원하는 적극적 정책도 미흡하다. 무엇보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공통사업(2017년 24.1조원)에 비해 자치단체 자체사업의 예산(3.46조원)은 현저히 적어 현재의 획일적, 보편적 접근으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출산 문제는 생애주기의 단계마다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인과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문제의 원인도 다르므로 이제부터는 자치단체가 정책을 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은 지역에서부터 저출산 및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절박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은 저출산의 원인인 미혼과 만혼 해결을 위해 자치단체가 직접 ′맞선 사업′을 주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만큼 간절한 상황인식이 깔렸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정부는 출산과 양육을 인권차원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훨씬 많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저출산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하여 자치단체로 하여금 지역 특성과 정책대상자별 출산동기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도록 국가 저출산 정책의 틀도 바꾸어야 한다. 이제는 자치단체가 저출산과 인구감소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김선기<전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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