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을 전북에서 꽃 피워야 할 이유
스마트팜을 전북에서 꽃 피워야 할 이유
  • 김창곤
  • 승인 2018.06.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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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249억 달러 규모로 팽창한 중국 농식품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0.8%에 그쳤다. 한국은 지척의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맺었지만 재래 농업의 질곡을 벗지 못했다. 70세 이상 초고령 농민 비율이 30%를 넘는다. 농가 열 중 일곱이 농지 1㏊ 미만이다. 농업에 한 해 지원되는 예산이 14조원을 넘어 농가 소득의 5분의 1에 이르지만, 농지 상속자 90% 이상이 비농업인이다.

 스마트팜(smart farm)은 이런 현실에 희망을 주었다. 생육 환경을 원격 제어하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극대화하는 이 농장은 시설원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축산·수산·노지(露地)농업, 그리고 육종-생산-유통-소비로 확대된다. 글로벌 선진 농장들은 정보통신과 빅데이터·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의 융·복합 경연장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견인할 거점이 2년 전 전북에 들어서려 했다. LG CNS가 새만금 76㏊에 구상한 ‘스마트 바이오파크’다. 스마트팜 설비와 제어 기술을 연구·개발·생산하면서 실증하려던 기지였다. 네덜란드 기업이 석권한 세계 스마트팜 설비 시장은 당장 2020년 34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었다.

 사업은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7개월만에 철회됐다. 농민단체는 사업을 ‘대기업의 탐욕’으로 규정했다. 농업을 재벌에 종속시키고 농촌을 ‘자본의 놀이터’로 만든다는 주장이었다. 기지 내 실증농장 50㏊에서 거둔 결실이 모두 수출되더라도 공급 과잉과 저가 경쟁을 불러온다고 했다. 국내 스마트팜은 2016년 1,912㏊, 지난해 4,010㏊로 빠르게 늘었으나 농민들은 기업 진입을 두려워했다.

 LG제품 불매 운동까지 예고한 농민단체에 LG는 맞설 수 없었다. 농민들은 2012년 동부그룹이 경기 화성 15㏊에 세운 수출용 토마토 유리온실도 문 닫게 했었다. 많은 도민이 가슴을 쳤다. 대기업과 일자리에 갈급한 전북이었다. LG는 삼성이 발을 뺀 새만금에 생기를 돌게 하리란 기대였다.

 정부가 최근 스마트팜 확산에 앞장선 것은 잘된 일이다. 정부는 스마트팜을 ‘혁신성장 선도사업’으로 선택하면서 첫 과제로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에 나섰다. ‘20㏊+α’ 규모로 시·도 신청을 받아 2022년까지 4곳을 조성한다. 우선 내달 1차 공모에서 2곳을 선정한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교육-연구-생산을 함께한다. 청년 600명을 전문 인력으로 길러 창업을 지원하고 임대농장, 임대주택까지 제공한다. 이들은 농촌의 대를 이으며 재래 ‘생산 농업’을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연구와 생산엔 기업도 참여, 설비·종자·비료·유통 등 전후방산업이 동반 성장한다. 농민과 기업이 상생 발전하면서 글로벌 농업 기업도 탄생할 수 있다.

 치열히 경합할 이 사업을 수월히 펼치기 위한 계획에 전북도 막바지 땀을 쏟고 있다. 전북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농촌진흥청 등 주요 농생명 연구기관과 민간육종연구단지가 집적됐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도 ‘수출지향형 식품산업 메카’로서 첨단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무엇보다 8,570㏊의 드넓은 농생명단지가 새만금에 조성되고 있다.

 한국은 농식품 최대 수입국을 곁에 두고 있다. 농업은 2050년 지구 90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 새만금 농생명단지는 이를 겨냥한 대형 스마트팜들로 채워져야 한다. 애초부터 청사진에 고품질 수출 농업이 그려져 있었다. 첨단 기술과 자본, 수출노하우가 절실하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첨단 기업들을 싹 틔워 새만금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한다면 한국은 농업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재분배에 힘 쏟느라 성장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혁신성장’ 역시 구호에 머물 수 있다. 스마트팜이 농업에 누적된 난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없지만, 새만금에서 만개하면서 국가 발전에 새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정부가 혁신밸리 부지 선정에서부터 결연하고 절박해야 할 이유다. 스마트팜 육성은 전북 지역 대통령 공약 1호이기도 했다.

 김창곤<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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