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즐기는 차
차갑게 즐기는 차
  • 이창숙
  • 승인 2018.06.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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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31>
얼음과 레몬이 담긴 냉차(ice tea)
 요즈음같이 더운 날씨엔 차가운 냉차(ice tea)가 제격이다. 차는 뜨겁게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어 여름에는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 많다. 개운하고 담백한 맛의 차, 올여름에는 직접 냉차를 만들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보자. 독일, 일본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차가운 차를 즐긴다. 미국은 차 소비의 8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냉차 인기가 높다. 사실 냉차의 유래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에서 시작된다. 영국은 뜨거운 홍차가 인기가 없게 되자 얼음을 잘게 부수어 찻잔에 홍차와 함께 섞어 사람들에게 홍차를 제공한다. 이때 첫 선을 보인 냉차 는 더운 날씨에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다. 이를 계기로 영국의 홍차 수출은 증가하게 되며 즉석 냉차는 홍차 산업에 일조를 하게 된다.

  차가운 차를 만드는 방법은 뜨겁게 차를 우린 후에 차갑게 식히는 것과 처음부터 차갑게 우리는 방법이 있다. 차의 종류에 따라 물의 온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뜨겁게 우리는 경우, 온도계를 이용하여 물의 온도를 확인 한다. 요즘은 온도계가 달린 전자식 주전자가 있어 편리하다. 필자의 경우는 물이 끓는 모습을 보고 구분한다. 이는 당나라 때 육우가 『다경』에서 물이 끓는 단계를 세단계로 구분하는 방법에서 왔다. 차를 다루는 사람이 눈과 귀로 물의 온도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물이 끓을 때는 기포가 발생하는데, 물고기 눈 크기의 작은 기포가 올라온다. 작은 기포가 올라오면서 가르다란 소리를 낸다. 이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두 번째 단계는 주전자의 가장자리에 구슬처럼 물방울이 솟아 올라오는 것이다. 물결이 파도치듯이 출렁이는 것이 세 번째 단계이다. 이 세 단계에 따라 물의 온도를 구별하여 차를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차 주전자의 재질에 따라 물방울의 크기와 소리가 다를 수 있으니 정밀하게 다루기위해서는 온도계가 필요하다. 차를 다루는 솜씨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찻잎의 양과 물의 온도는 차의 색과 향기, 맛의 중요한 요소이다. 차가 싱거운 것은 찻잎의 양이 적거나 성분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이 뜨거울수록 탄닌 성분을 비롯하여 무거운 화합물들이 더 많이 침출 되며 떫은맛, 쓴맛을 생성한다. 특히 녹차에 많이 함유된 아미노산 성분은 손실되는 경우가 많다. 첫 발향인 대부분의 방향성 화합물도 사라질 수가 있다. 이런 이유로 냉차를 만들 때 녹차와 백차의 찻잎은 차갑게 우리는 것이 좋다. 차가운 물에 담가야 아미노산과 신선한 향기를 보호할 수 있다.

  차는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농도가 조절되지만 2L의 차가운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략 1.5큰술의 찻잎이 필요하다. 정확한 기준은 아니지만 이양을 기준으로 찻잎의 크기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찻잎이 크면 양을 더 넣고 조절해야한다. 찻잎을 차 거름망에 넣어 2L짜리 주전자에 넣고 최소 8시간정도 냉장고 안에 넣어둔다. 시간이 지나면 거름망을 꺼내어 다른 용기에 차를 따르고 얼음을 넣어 마시면 된다. 우롱차와 철관음차 등은 찻잎이 둥근 모양을 이루고 있거나 뭉쳐있어 열을 가하고 여러 번 우려야 모든 향이 방출된다. 뜨거운 차를 마실 때와 같은 방법으로 물을 부어 우린 후 찻잎을 꺼낸다. 다른 주전자에 찻물을 옮겨 담고 물과 얼음을 채워 시원하게 마신다.

  차를 다루는 것은 찻잎에 물을 넣고 성분이 우려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찻잎의 용해도는 찻잎을 물에 담그는 시간과 온도에 의해 결정된다. 비타민C의 경우는 차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쉽게 손실된다. 반면에 다른 성분들이 새로운 화합물로 변화된다. 기타 많은 비타민과 화합물들은 차를 우려내는 과정에서 용해된다. 아미노산류는 차를 만드는 산화 과정에서 줄어든다. 때문에 완전 산화차인 홍차에 비해 산화가 억제된 녹차나 백차에 많이 함유되어있다. 찻잎에서는 대략 25종류의 아미노산이 검출된다. 그중 찻잎에서만 발견되는 테아닌은 아미노산류에서 50%를 차지한다. 단맛의 감칠맛을 좌우한다. 찻잎을 채취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아미노산과 데아닌 함유 비율이 높다. 중요한 작용으로는 긴장 완화와 혈압강하에 효과적이다. 차를 마실 때 이러한 조건과 효능을 알고 차를 다룬다면 최고의 차를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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