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 향기 질 때, 비로소 곱씹게 되는 봄날의 추억
라일락 꽃 향기 질 때, 비로소 곱씹게 되는 봄날의 추억
  • 채지영
  • 승인 2018.06.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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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자 作 라일락(45.5X53cm, oil on canvas, 2018)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물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정물화(靜物畵·still life)란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이 없는 물건, 즉 화초, 과일, 죽은 동물과 새, 악기, 식기, 책 등을 그린 회화장르이며, 용어 자체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했으며 17세기 중반까지는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서, 움직임이 없는 자연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정물은 고대 로마의 모자이크나 폼페이의 벽화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인간에 대한 관심에만 치중했던 중세에는 상대적으로 정물화가 거의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동시대 동양의 화가들은 식물과 곤충, 새들의 삶에 대한 다감한 이해를 그림을 통해 보여주었지요. 서양에서는 14세기말경에 약간 시도되었으며 16세기에는 죽은 새와 물고기가 단독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물이 독립된 화제(畵題)로 확립된 시기는 17세기로서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에서 세밀묘사의 대상이 되면서부터이다. 정물화는 특히 네덜란드에서 성행하였는데, 루벤스(1577~1640), 브뤼겔(c.1525~1569), 렘브란트(1606~1669) 등이 대표적입니다. 독립된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은 18세기 네덜란드의 학자 호우브라켄에 의해서입니다.

 동시대 화가인 샤르댕(1699~1779)에 와서 고유한 성격을 지닌 예술의 하나로 격상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 가장 일반적인 회화의 제재(題材)가 되었습니다. 또한 생활의 기록인 정물화는 그림을 시각적인 일화나 어떤 외부 자연물의 재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와 외관의 창조로 보는 20세기의 새로운 미학과 더불어 20세기 예술사조에서 특징적인 장르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황정자 작가의 ‘라일락’입니다. 작품은 극 사실주의로 그렸으나, 깊게 사색하며 보면 그 색감이나 형태가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표현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39년생으로 우리나라 여류화가를 대표하는 원로작가입니다. 60여년의 긴 시간 동안 자연의 숭고함을 꽃과 과일 등 정물로 표현하였습니다.

 현재 교동미술관에서는 (사)한국여류화가협회 순회전 ‘공간의 향기를 품다’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화단에서 여류작가로서 왕성한 활동 중인 8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우리나라 여류화가의 현주소와 함께 그들의 작가인생을 응원해보시면 어떨까요?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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