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를 실천하는 사람
‘NO’를 실천하는 사람
  • 김동근
  • 승인 2018.06.2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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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13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였다. 예전 지방선거에서는 특정 정당이 모든 지역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후보가 승리하였다. 여당이 압승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과 북한간 강대강 대결이 펼쳐졌고, 그 결과 한반도에는 전쟁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졌었다. 국민들이 전쟁의 위기감에 불안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의 물꼬를 텄다. 뒤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민들은 이 회담의 결과를 보고 안심하였고 진심으로 환영하였다. 이번 선거는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시대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평화와 통일의 길이 조금씩 열려가고 있다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여당을 지지해 준 결과이다.

 여당이 압승한 것에 대한 부담감은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야당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여당도 느끼는 듯하다. 야당은 선거에 참배한 이유를 분석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자신들이 가지는 모든 기득권을 던지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충고를 많이 받고 있다. 문대통령과 여당은 높아진 국민의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전국 정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인 텃밭마저 뿌리째 흔들리며 대구·경북의 지역정당으로 전락하였다. 당대표의 사퇴는 물론 아예 중앙당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했고, 국민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권력의 사유화를 막지 못했다. 대표의 막말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색깔론으로 대변되는 이념적인 사고에 안주해서 정치하였다. 차제에 중앙당의 해체에 머물지 말고 사람도 바꾸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선거 몇 달 전에 국민의당이 분당하여 새로 설립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선거 참패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대표들이 자진 사퇴하였지만 당을 이끌었던 사람들에 대하여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두 당이 어떻게 선거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내 놓을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그런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전국정당으로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진 계기가 되었다. 전통 보수층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석권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경우만 압도적 1당이 아니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의회까지 확실하게 장악하였다.

 그전에는 국회나 지방권력이 도와주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대었지만 이제는 그 핑계도 댈 수 없을 정도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선거 결과에 취해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내부의 권력투쟁에 몰두해서는 안된다. 경제정책에 대하여 힘을 합하지 않고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나가 정책에 혼선이 온다면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준엄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대통령 부인이 남편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부인은 종종 ‘입 다물기’를 요구받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는 6월 17일 남편인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 중 ‘부모-자녀 격리 지침’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성년 자녀와 함께 밀입국하다 적발되면 부모는 처벌하고 자녀는 창고나 텐트촌에 격리해 수용하는 무관용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6주 동안 2,000여 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아동인권 논란으로 비화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 나라가 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여사의 쓴소리에 생존하고 있는 전직 퍼스트레이디 4명 전체가 호응했다. 이 정책을 비판했던 언론에도 힘이 실리게 되었다.

 멜라니아 행동에 대해 미국 언론은 “트럼프 면전에서 저런 훈계를 하고도 무사한 사람은 멜라니아뿐일 것”이라고 했다. 그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훈계하거나 무시하다가 낙마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아무도 ‘NO’라고 못할 때 멜라니아 여사가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였다.

 대한민국의 사회와 정치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생각을 하는 정당들이 서로 경쟁하여야 한다. 진보와 보수 이외에 녹색당, 청년당 등이 현실정치에 들어와 자기 목소리를 내고 경쟁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무도 ‘NO’라고 하지 못할 때 ‘NO’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아지고 그것을 경청하는 대통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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