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만드는 수업]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예요.
[아이들이 만드는 수업]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예요.
  • 진영란
  • 승인 2018.06.21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이 되면 학교는 부모님께 수업을 공개합니다. 저는 평화샘을 만나고나서는 줄곧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노는 놀이 수업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 ‘수업이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계획’한 수업에 아이들을 참여시킬 것이 아니라,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부터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마을 배움길’의 철학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물었어요. “얘들아, 무슨 공부를 하고 싶어?”라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척척 말하더니 제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 넘은 수업들을 제안합니다.

지난 주부터 아이들이 기획하고 계획한 수업을 하는 날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은 수업은 동물쿠키 만들기, 모두가 행복한 보물찾기,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수건돌리기, 규칙을 잘 지키는 피석이에요. 작년여름계절학교 때 만들어 보고, 유치원 동생들과도 만들어 보았던 쿠키를 이번에는 직접 계량해서 반죽을 하는 과정부터 하기로 했어요. ‘동물’을 제목으로 삼은 만큼 아이들이 미리미리 쿠키틀을 준비했어요. 정말 동물모양 쿠키틀이 다양합니다.

쿠키 만들기를 제안한 서윤이가 필요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조사했어요. 물론 서윤어머니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어요. 서윤이는 늦은 밤까지 책임을 다 하느라 졸린 눈을 비벼가며 순서를 적어 왔어요. 그런데 제가 준비한 재료와 서윤이의 계획이 조금 달라서 당황했지 뭡니까? 다행히 4명이 나누기로 계획했던 것을 5명으로 조정해서 위기를 모면했지요. 그러니까 한 사람이 250그램을 만들기로 한 것을 200그램씩으로 수정해야 했습니다.

밀가루의 포장 단위도 500그램, 5명이 200그램씩 가져가려면? 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밀가루를 조별로 1000그램씩 가지고 갔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설탕 320그램을 전자저울로 계량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자리수가 바뀌면서 무게가 달라지는 것을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설탕과 버터,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를 같은 방법으로 준비했습니다. 먼저 버터를 잘 녹이고, 설탕을 섞어줍니다. 남자아이들만 모인 모둠에서는 친구가 잘 섞을 수 있도록 볼을 든든하게 잡아주는 손길이 참 예쁩니다.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섞어서 체에 치면서는 밀가루가 하얀 눈이 덮인 산처럼 쌓인다고 좋아합니다. 하얀 가루가 보이지 않게 반죽을 잘 치댄 다음 냉장고에서 20분간 ‘휴지’시켜 줍니다. “휴지가 뭐예요? 똥 닦는 두루마리 휴지예요?”라고 질문을 하네요. 그래서 잠시 쉬게 한다는 의미의 한자어 ‘휴지’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제빵 용어가 조금 어려운 것들이 있어서 국어공부도 함께 했습니다. 반죽이 냉장고에서 쉬는 동안 우리는 두 번째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보물찾기’입니다.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여기저기서 보물을 찾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참 콩닥콩닥합니다. 유치원 놀이터 나무 그늘에서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1등은 은빈이가 차지했습니다. 상품은 교실에 있는 줄넘기라네요. 영예의 3등은 송현어머니입니다. 소시지 선물을 받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네요. 보물을 못 찾은 친구들도 사탕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이들 마음이 참 예쁩니다. 그 중에서 꽝을 뽑으신 부모님도 계시는군요. 즐거운 보물찾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쿠키를 만들 차례입니다. 반죽의 총량을 재어보았더니 2000그램입니다. 5명이 나누면 400그램씩이군요. 그러고 보니, 밀가루 1000그램, 설탕 320그램, 파우더 8그램, 450그램짜리 버터를 넣었으니 약 50그램짜리 계란 4개를 넣은 셈이군요. 요리는 수학 공부하기 정말 좋은 과목입니다.

반죽을 열심히 밀어서 동물모양틀로 찍어내고, 스프링클로 예쁘게 장식합니다. 그리고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정도 구워서 식힌 다음 예쁜 포장지에 담습니다. 쿠키가 익어가는 동안 우리는 교실에서 수건돌리기를 했습니다. 수건돌리기를 진행하는 아이들은 규칙을 잘 지킨 사람들에게 줄 젤리를 준비했네요. 우리가 배운 노래 목록을 미리 정해서 노래도 신나게 부르면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그런데 벌칙이 줄넘기, 토끼뜀, 코끼리코입니다. 저도 첫 번째로 걸려서 코끼리코 다섯바퀴를 돌았네요.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군요.

다음으로는 마지막 놀이, 피석을 했습니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어우러져서 즐겁게 놀았어요. 피석을 진행하는 친구들은 그동안 피석을 하면서 싸움이 일어나는 사항을 미리 규칙으로 정해왔어요. 진행도 참 잘 합니다. 노는 동안 쿠키가 익어서 오미자쥬스랑 맛나게 2개씩 먹었어요. 3개씩 먹은 친구도 있네요.

오늘 우리 반은 스스로 기획해서 하는 수업이 얼마나 주도적일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2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서로 잘 돕고, 배려하고, 치밀하게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배움에 주도적인 우리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콧날이 시큰합니다.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에요.

동물쿠기 2봉지씩을 들고 집으로 가서는 또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공부는 또 얼마나 재미날까요? 정말 기대가 됩니다. 날마다 날마다요.


진영란 장승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