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역할
야당의 역할
  • 조배숙
  • 승인 2018.06.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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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야권의 참패로 끝났다. 적폐청산과 정의로운 사회 등 촛불혁명의 완수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과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작한 한반도 평화 외교 무드에 민생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야당의 목소리는 유권자의 가슴에 다가가지 못했다. 우리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미국의 중간선거와 비견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아닌 야권에 대한 준엄한 판정이었다는 데 이견을 내기 어렵다.

 이제 문제는 야당의 역할이다. 여소야대라는 조건이 여전한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선거결과를“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야당에 대한 심판”이라고 정의했으며, 자신의 임기 내에 “연정 가능성은 0%”라고 호언장담했다. 추 대표는 정치공간에서 야당의 역할을 전혀 생각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당 당대표가 국회 과반수를 점유한 야당들과 타협 없는 정치를 선언하면 정부 정책은 입법 작업부터 막힐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정부 정책이 막힐 때마다 야당이 지탄을 받는다 해도 여야 대치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의 불만은 여당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추 대표는 하루속히 깨달아야 한다.

 추 대표의 반성과 함께 야당 또한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정부의 개혁정책과 평화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을 때 ‘야당’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이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은 4월 하나회 척결, 8월 금융실명제 시행으로 70% 중반 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시 민주당은 하나회 문제에 대해 6공 청문회 실시를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군 장성 출신인 나병선 의원의 입을 빌어 “군 전체를 매도하게 될 경우 군의 단결을 해치고 개혁에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조차 부정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신중론을 동시에 피력했다. 군내 사조직 척결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청문회라는 강력한 수단을 요구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같은 해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 발표 이후 민주당의 행보도 참고할 만하다. 원래 금융실명제는 14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김대중 총재가 주장한 개혁방안으로, 총선이 끝난 그해 5월 민주당은 금융실명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실시와 한국은행 독립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금융개혁방안 시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8월 12일 YS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즉각 “우리당이 주장한바 있는 금융실명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회 내 <경제개혁특위> 구성을 민자당 측에 제안했다. 또한 민주당은 금융실명제가 단기적으로 중소기업과 증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진성어음 1백% 할인제도 현실화 △중소기업공제기금의 긴급 확충 △부도유예제도의 도입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 및 기본재산 확대를 통한 공신력 회복 등 중소기업 활성화 대책을 제시했다. 요컨대 금융실명제 시행을 환영하면서도 개혁 성공을 위한 여야정책회담을 제안했던 것이다.

 평화정책에 있어서 야당의 역할은 안타깝게도 독일의 사례를 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보수야당은 대북포용노선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을 해왔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야당의 역할을 거론할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독일은 통일에 이르기까지 집권정당의 변경에도 평화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동력은 정당과 의회정치에서 나왔다. 독일 통일은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의 신동방정책을 1980년대 집권한 기민/기사련 정부가 계승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두 집권정당과 지속적으로 연정의 상대가 됐던 자민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기민/기사련과 사민당 두 집권당의 정부하에서 계속해서 외무장관직을 역임한 자민당의 겐셔가 신동방정책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독일통일은 더 미래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독일 사례는 문재인 정부가 영속적 평화를 바란다면 협치와 연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제 문제는 야당의 역할이다. 개혁과 민생과 평화를 위한 야당 역할에 대해서 야당 스스로 고민할 지점이 더 크겠지만, 한편으로 분점권력 속에서 안정적인 개혁과 영속적 평화를 위해 정부여당 또한 야당의 역할을 기대해야 하는 때이다. 야당 없는 정부가 개혁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조배숙<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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