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의 밑그림, 변화의 인식과 소명의식
교직의 밑그림, 변화의 인식과 소명의식
  • 국방호
  • 승인 2018.06.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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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행사를 치르면서 실록과 어우러져 젊음을 만끽하던 학생들이 다시 면학의 적막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5월은 1차 고사를 마치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곧 이어 스승의 날까지 보내면서 가족 사랑과 사제지간의 미미를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는 그저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거나 학생은 학교에 무사히 왔다가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안했나? 교사 또한 학생들을 대할 때 업무적으로 얘기하거나 수업에서도 지식을 전달한 것으로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고 하지 안했나 도... 교장 또한 교사들과 수직적 관계만 유지하면서 지시와 점검만 일삼지 않았는지도 조심스럽다.

  쉬는 시간 학생들과 만나 5월 한 달의 소감을 들어보았다. 4일부터 시작된 연휴에는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왔고 두 반씩 묶어 떠난 현장학습은 수도권과 남해안을 돌면서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유적지에서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도 쌓았단다. 학년별로 교외에서 진행된 체육대회는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서 인지 예년에 비해서 훨씬 더 치열했다고. 만난 학생들마다 얼굴에서 바깥생활을 많이 한 탓인지 대부분이 그을린 흔적이 역력했지만 생기는 넘쳤다.

  교장으로서 지난 한 달은 30년 교직의 축소판처럼 많은 정보에 접할 기회가 많았다. 전국사립학교장 회의에서는 ‘인문학과 예술’, 기독교학교 교장연수에서는 ‘4차 산업과 미래사회’ 그리고 1박2일의 교사동아리에서 ‘교과를 꽃피게 하는 독서수업’ 등 교과의 전문성은 물론 교과의 통합적 운영과 미래의 교육에 대한 방향을 그려보기에 충분했다.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간다. 6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교실을 꽉 채웠어도 교사의 말을 따라 적어대던 모습, 그래도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올 때면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우리 자식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 주세요!” 하였는데, 아니 그런 시대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은 것 같고 야간자습과 각종 특보를 마치고 밤 10시에 교문을 나서 줄지어 학교버스를 빼곡히 채우던 때도 엊그제 같다.

  이제 30명도 안 되어 교실 뒤 쪽을 텅 비워둔 학생들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학부모도 학생도 아니 교사도 변했다. 몇 십 배 늘어난 다양한 직업, 길어진 수명, 더구나 4차 산업시대의 IT와 접목된 엄청난 융합산업, 이런 시대를 살아갈 어린 청소년들에게 알맞은 교육은 과연 무엇일까? 다소곳이 한 곳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4차원적 사고를 가진 아이들에게 아날로그적 사고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지난달 14일에는 대만의 수학여행단과 교류행사가 있었다. 잦은 해외학교와의 교류로 학사일정과 수업에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일정을 단순화했다. 중국어와 영어로 학교를 소개하고 이어 민속춤과 K-pop을 주고받은 다음 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시설관람으로 마무리했다. 교사와 학생 모두 행사를 즐기도록 유도했다. 30일에는 필리핀인 선교사 18명이 식사를 하고 예배를 함께 보았다. 두 번의 국제행사에서 글로벌 인재로서 학생들의 사회성을 갖춘 여유로운 자세와 다채로운 끼를 볼 수 있었다.

  마침 같은 재단의 대학 270여명의 교생실습생들에게 ‘현장실습상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특강을 실시했다. 먼저 교사로서의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도록 교사로서 생애설계(Bucketlist)를 작성해보도록 권장했다. 이어 독서모임에서 읽은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마이클 폴란)의 ‘훌륭한 교사들이 집단을 형성하는 학습공동체’를 강조했다. 즉 ‘전문성과 같은 목적을 가진 교사들이 인재양성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공유’ 하는 관계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민주주의 면에서의 세계적인 위상, 남북관계의 개선, 의식수준의 향상 등 이제 세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의식수준이 높은 민주시민을 기르는 것이야 말로 교사의 책무고 보람이다. 정상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스승의 날에 많은 졸업생들이 모교를 방문했다. 교장실을 스쳐지나가 담임들을 찾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래도 교직은 배볼만한 직업이야!” 하며 혼잣말로 읊조렸다.

 국방호(전주영생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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