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삼청동과 그 일대에 모여 있는 전시공간들을 들를 때면 관람을 위해 온 관객들과 근처의 관광객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본다. 국립현대미술관을 포함하여 사립미술관들과 문화재들, 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들과 함께 상업 화랑들이 관광지를 형성한다. 동시대 미술을 볼 수 있는 전시 공간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모여 있다는 것은 지방의 관객 입장에서 대단히 부러운 일이다. 보고자 했던 작품이나 작가 혹은 전시 뿐 아니라 근처에 있는 다른 전시 공간들도 쉽게 둘러볼 수도 있고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오지 않더라도 약속 전후로 가볍게 전시 공간에 방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자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기는 현대인에게 미술 전시 관람을 위한 시간을 따로 소비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다. 멸종된 공룡들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웅들의 전투 장면과 같은 시각적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일반 관객들이 삶의 현장이나 자연풍경의 한 장면을 전통적인 회화 재료들로 고정한 캔버스 화면을 감상하러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시장에서 미술에 대한 기본지식 뿐 아니라 해당 전시에 관한 약간의 사전 정보가 필요한 경우까지 만나게 되면 미술관의 문턱은 더욱 높아 보이고 현대미술은 더욱 난해하게 보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어쩌면 작가들이 예술과 현실의 거리를 좁혀가며 고민한 이 결과물들과 반대로 우리는 여전히 예술과 현실을 분리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미술을 우리의 삶으로부터 떨어뜨리고 특별한 존재로만 보이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전시장 밖의 예술과 만나거나 이 물리적 공간의 특별함을 제거할 때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전시장이 일상의 공간이 될 때, 그곳에서 그림과 마주하는 경험에서 시작될 것이다.
/글=채영(공간시은 운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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