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본질(本質)이 실종되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의 본질(本質)이 실종되어가고 있다
  • 유장희
  • 승인 2018.06.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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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써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근로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서 노동자에게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게는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제도이다.

 지난해 많은 논란을 거쳤던 최저임금 인상은 작년 대선과정에서 확인된 것처럼 사회적 합의로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을 발표하면서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근절, 재벌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강화 등의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외에는 별다른 조치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민주화 조치가 빨리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80%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과 우리사회의 심각한 소득격차 문제 해소와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를 촉진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을 가져오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일부 사업주들의 꼼수로 오히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불투명하고 아직도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라는 법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식비, 숙박비, 교통비 같은 복리후생 수당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본회의에서 일사천리로 강행처리 되었고 지난 5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한 것이다.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려면 적어도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소득주도성장을 정책기조로 하고 하는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법 파동으로 더 이상 사회갈등이 확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노.사간 합의가 아닌 협의로 가능케 한 상여금 지급기간 조정특례 등은 폐기되어야 한다.

 개악된 최저임금법은 특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고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수 있어 사회불평 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고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본래의 최저임금제도의 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최저임금 수준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저임금노동자 보호를 위한 본연의 취지를 유지하여야 하며, 이번 개악된 최저임금법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서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을 것이다.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게 되면 그만큼 최저임금이 삭감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입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사 결정이 보장되지 않고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일방적으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특례조항을 최저임금법에 포함시키는 것은 실질적인 임금인상 없이 최저임금법을 피해가는 방법만 열어주어 오히려 노·사갈 등은 물론 더 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를 양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본다.

 박근혜 정부시절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 노동개악 2대지침을 강행하려다 노동계 등의 반발로 불발된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유장희<한국노총 전북노동교육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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