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
  • 최정호
  • 승인 2018.06.1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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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굳이 북미가 아닌 미북이란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지만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에 미국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팍스 아메리카는 현존하는 세계질서이고 미국을 비롯한 소련과 중국에 의해 분단된 나라가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의 원조와 보호 아래 압축 성장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생한 1980년에 대학 입학을 한 나는 미국과 군부세력에 대한 원한과 반감으로 젊은 세월을 보냈지만, ‘정의’는 이루어야 할 당위로써 구호로 사용될 뿐 현실은 고차방정식으로도 정답을 풀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이해관계에 더 의존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일본의 잔인한 지배에서 부드러운 미국의 지배로 바뀐 한반도에서는 독립에 가까운 자치권을 행사해 왔고,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의 주요목표가 무엇이든 우리의 안보는 그들에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그 직접적인 증거가 이번 회담이다. 북한을 봉쇄하고 나아가 <악마>화하여 긴장을 지속해왔던 미국의 태도변화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아마도 목적 일부분일 것이다. 장사꾼이 자신의 손익을 공개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정치적 이득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지만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견제책략이 더 중요한 목적일 수도 있고 김정은과 북한 집권세력의 절박함이 이번 일을 가능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대한미국에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사드와 핵미사일 실험으로 배척간두의 위기 뒤에 갑작스럽게 다가온 위험한 기회이다. 국제관계는 도덕이나 정의가 규범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군사적 힘과 경제적 이익이 종교나 인권이라는 장신구로 치장하고 결정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을 자신의 세계 지배력을 위협할 제1의 적성국가로 지정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 양날의 칼과 같다. 합종과 연횡은 전국시대에도 선택에 어려움이 따랐다. 사드배치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청일, 러일 전쟁처럼 열강들은 한반도 거주민들의 안위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중요시하고 패권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미·중사이에서 나는 근공원교(近功遠交)의 전략을 권하고 싶다. 미국은 멀리 있어 중국보다 대한민국을 직접 지배하여 얻을 이익이 많지 않다. 지난 70년 경험이 또 이를 증거 한다. 인간은 하루에 수 천 수 만 마리의 닭을 살육하고 그들의 후손인 달걀을 빼앗아가면서도 닭들에게 미안해하지 않는다. 비유가 좀 과하지만, 국가 간의 경쟁이 전쟁으로 치달으면 상대방을 닭과 달걀로 취급해온 오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판단해보면 북한의 핵보유는 한반도에서 강력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북한이 CVID를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천천히 진행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핵확산금지조약은 괴상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미 핵을 가진 나라는 핵을 폐기할 이유도 강요도 하지 않으면서, 못 가진 나라는 핵을 개발할 수도 없다. 너무나 위험하다면서 자신들은 가지고 남들은 안 된다는 해괴한 조약이지만 이것이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비호아래 핵을 보유한다. 북한은 왜 안 되는가? 북한과 이란은 안 되니까 안 되는 것이다.

어쨌든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우리와 정전상태인 적대국가이므로 이같은 핵에 관한 조약은 한국의 국가 안보에 핵심적 조건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는 CVID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NPT 조약을 준수한 한국과 일본에 몰래 핵개발을 마친 북한은 불법무기 소지자에 가깝다. 우리에게 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북·중·일과 한국의 상황은 열강들의 외교 안보 대결이 첨예화될 소지를 품고 있다.

문제인 정권이 안보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백수십 년 만에 다시 찾아온 국제적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하길 기원할 뿐이다. 견리사의 견위수명(見利思, 見危授命)은 안중근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여순감옥에서 나라를 잃은 조선군의 패장으로서 간절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글귀이다. 우리는 또 다른 안중근의사가 필요하지 않길 바란다.

 최정호<최정호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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