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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
이정덕 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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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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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만 하더라도 북한과 미국이 서로 험악하게 협박을 하며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부추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으로 순식간에 평화회담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동안 남북대립을 부추기며 반공몰이를 해왔던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는 이를 비방하느라 바쁘다. 이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은 체제보장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비핵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상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나타나겠지만, 이제 북한은 경제발전에 보다 집중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공장과 농촌에 할당량 이상을 생산하면 잉여분을 가지거나 장마당에 팔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모든 시군에 있는 장마당(시장)을 통한 거래가 북한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가구소득의 80% 이상을 장마당경제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어, 장마당경제에 참여하는 아내가 보통 공식경제(월급과 배급)의 직장에 다니는 남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북한에서 시장경제가 이미 강력하게 뿌리를 내려 이를 억제하려는 노력(화폐개혁 등)은 실패했다. 김정은도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려 각지에 경제특구, 관광특구, 공단을 만들어 해외기업(주로 재일교포와 한국의 기업)을 수백 개 유치했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 때문에 모두 실패했다.

 시장경제로 돌아선 사회주의 국가 중 정치안정과 경제성장 모두에 성공한 곳이 중국과 베트남이다. 북한은 중국에 의지하기도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정치적으로도 거리를 두어왔다. 중국은 인구나 군사력에 있어서도 북한과 크게 다르다. 중국의 개혁개방에도 관심이 있지만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고 개혁개방에 성공한 베트남에 더 관심이 있다. 북한의 국가원수(명목상)인 김영남이 2012년 베트남을 방문하여 “베트남 경제의 좋은 모델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김일성 종합대학에서도 베트남경제를 연구해왔다.

 베트남은 1980년대 말부터 집단농장을 가족농장으로 전환하고 할당량 이상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처분하도록 하면서 가계소득이 크게 늘었다. 외국인투자법과 외국환관리법을 도입하여 해외투자와 해외송금의 자유를 보장하자 미국도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였다. 1995년 미국과 수교하여 적대관계를 해소하자, 동아시아 자본이 앞다투어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아세안, 이사아개발은행, 아태경제협력체 등에 가입하여 기술원조와 좋은 조건의 차관을 받았다. 해외기업이 늘고 협력업체나 하청업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고용과 임금도 계속 상승하였다. 베트남은 이제 중국 다음의 세계공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체인 베트남 지도체제가 북한 유일지도체제와 다르고, 베트남은 중국과 대립하며 미국 편에 서 있어, 북한이 어떻게 베트남 모델을 사용할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실천되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여 북한에 투자를 허용하고 국제기구들이 북한을 받아들이도록 할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에는 한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의 인프라 개선이나 공단조성이나 기업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한국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북한에 대한 관광을 개방하여, 북한이 경제발전의 길로 가도록 유도할 것이다. 일본과 화교자본도 값싸고 질 좋은 북한노동력을 노리고 투자할 것이다. 중국도 이미 북한의 지하자원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성공하면 북한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한국도 새로운 경제활력을 얻을 수 있다. 평화통일도 더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정덕<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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