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정치, ‘정당의 옷을 벗어 던져라’
시민정치, ‘정당의 옷을 벗어 던져라’
  • 한훈 기자
  • 승인 2018.06.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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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전북의 과제<3> 이제는 파란 옷을 한쪽에 내려놓을 때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혹자는 이번 지선이 정책선거, 이념선거, 보수와 진보선거를 초월했다고 말한다. 단지, 문재인 정부의 선거였다고 칭한다. 파란 물결이 전북을 넘어서 전국을 휩쓸어 버리면서다. 그렇다면, 지선 후 전북의 위치는 어디일까? 전북은 총성 없는 격전지로 던져졌다.

 지선을 통해 파란 옷을 입은 정치 거물이 대거 등장했다. 전북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문 정부와의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민망해졌다. 이제는 정당정치를 넘어서 시민정치가 절실한 시점이 왔다. 지선에서 갈라진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서라도 파란 옷을 한쪽에 내려놓을 때다. 그러한 이유를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 주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을 일찌감치 확정 지은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전북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당을 떠나 우리 모두 하나다”라고 당선소감을 말했다. 이는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민선7기 정치변화를 꿰뚫어 본 시각일지 모른다. 지선을 전후해 전국의 정치 환경은 그야말로 지각변동 했다. 지난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선에서 광역단체장은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8명과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9명으로 양분됐다.

 가치판단을 떠나서 전국은 균형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정권교체와 함께 전북은 전국의 중심으로 부각하는 기회를 잡았다.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장차관 등이 잇단 전북을 찾으며 정부와의 유대를 과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서 광역단체장은 더불어민주당 14명과 자유한국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교체됐다. 민주당은 경북·대구·제주도를 내줬을 뿐 전국을 휩쓸었다. 이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이어졌다. 전국 226개 시군 단체장 중 민주당은 151곳을 차지했다.

 자유한국당(53곳)과 민주평화당(5곳)을 합해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지리적 영역이 전통적인 강세인 전라권을 넘어서 전국의 확장된 지선이었다.

 그렇다면, 전북의 위치는 어디쯤으로 이동했을까? 그동안 전북도는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민주당과 문 정부에 친밀함을 쌓아왔다.

 전북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64.8%라는 전국 최고 득표율로 구애를 보냈다. 높은 지지율만큼이나 전북과 문 정부의 친밀감이 과시되 왔다.

 전북의 오랜 현안인 새만금과 국제공항 등 거침없는 행보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선 후 전국의 상황은 달라졌다. 소위 문 정부가 챙겨야 할 식구들이 늘어났다.

 또 지선은 정치 거물을 대거 등장시켰다. 전통적인 보수텃밭에 깃발을 꽂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자를 비롯해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전국단위 정치 거물이 탄생했다.

 전북은 전국적인 인지도와 문 정부와 친밀감, 정치적 영향력도 무엇 하나 전국을 압도할 수 없는 형편이다.

 타 시도와 비교해 문 정부와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멋쩍은 상황까지 몰린 실정이다. 전북은 지선에서 민주당과 문 정부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전국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송 지사의 당선소감은 지선 후 환경 변화를 꿰뚫어 본 발언일지 모른다. 지선 후 거칠어진 전북상황을 본능적으로 감지해 내뱉은 발언일지 모른다.

 이는 정당정치를 넘어서 시민 정치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시민 정치를 바탕으로 전북현안을 풀어보겠다는 속내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전북역사는 시민 정치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산 증인이다.

 지난 2003년 부안 방폐장 건립시도와 2006년 완공된 새만금 물막이 공사 등은 현재까지 씻지 못하는 상처를 낳았다.

 이처럼 민선 7기 지방정부는 시군을 넘어서 시도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 현안들이 넘친다. 실제로 새만금국제공항은 주변시도의 거센 반대를 관통해야 한다. 전국 흐름에 눈치를 봐야 할 민주당의 지원사격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정치환경이다. 시도별 의견이 엇갈린 사업마다 그러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각종 현안마다 전북 시민의 지지를 등에 업지 않는다면, 현안을 풀어갈 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지선 후 내부적으로 진영싸움에 빠지면,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아지면서다. 정부가 손에 쥔 사업들에 대해 손을 털 빌미가 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전북은 지선 과정에서 지지하는 후보자 또는 정당별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익산시와 장수군 등 일부 시군은 민주평화당과 무소속의 깃발이 꼽혔다. 광역·기초의원도 정당별로 새로운 인물이 선출됐다. 정당정치로 뛰어넘어 시민 정치로 변화하지 않고는 민선 7기의 굴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북을 넘어서 전국의 정치환경이 시민의 갈등이 발목을 잡는다면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는 정치 환경으로 변화한 것이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전북만이 현 정부에 편승했다는 우물 안 개구리가 시각에 빠져서는 안된다”면서 “지선을 통해 타 시도에서는 거물급 정치인이 탄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국회의원이 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선이 끝난 이 시점에서는 이제 전북은 정당정치를 넘어서 시민이 주인인 시민정치로 갈아타야 할 시점”이라며 “시민의 지지를 원동력으로 전북이 나아가야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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