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월드클래스 기업 육성
전북의 월드클래스 기업 육성
  • 김동원
  • 승인 2018.06.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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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매체를 통해 널리 소개된바, 독일 경제는 재벌기업이나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의약품, 자동차 부품 등의 대기업 의존도는 20% 이하인바, 이는 40%대에 달하는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독일은 특히, 세계시장에서 강한 중소기업, 즉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유명하다. 헤르만 지몬 독일 마인츠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히든 챔피언>에서 히든 챔피언을 대중에게 잘 알려졌지는 않으면서, 매출액 일정규모(40억 달러) 이하의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1~3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 히든 챔피언들은 독일 수출액의 4분의 1을 담당하면서, 독일 제조업의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콜라겐을 생산하는 수벨락은 세계시장의 100%를, 코코아 가공장치를 만드는 바르트는 9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틈새시장과 국제화 전략에 있다. 여기에 한우물을 파는 장인정신과 윤리경영도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히든 챔피언 등 독일의 중소기업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한국 정부도 대외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중견기업의 성장 정책을 펼쳐왔다. 그런데 매출 400-1,500억원 이상이며, 자산총액 10조원 미만으로 정의되는 중견기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수도권 기업은 63%인데 비해, 지방 기업은 37% (전북은 1.9%)에 불과하다. 또한, 글로벌 강소기업 보유현황을 보면, 전북은 3.32% 수준으로 충북, 강원, 제주와 더불어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월드클래스 300 기업 선정 사업을 추진해 왔다. 정부와 지원기관, 민간은행이 협력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선발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도 전북은 전국대비 1% 이하의 선정률을 보였다.

 전라북도는 지역의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2010년부터 선도기업 육성사업을 수행하여 온바, 현재 100여개의 기업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상용화 기술개발이나, 현장애로 기술 지원, 원가절감이나 공정개선 사업 등을 지원하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나 국내외 시장개척 지원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전북의 글로벌 수준 강소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하고, 월드클래스 300 기업도, 오디텍, 일진메디컬, 우노엔컴 등 3개사에 불과하다. 결국 전북의 과제는 유망 중소기업(선도기업) 중에서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또한 이들 기업을 월드 클래스 300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 중견기업을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공정개선 지원, 산학연 공동 R&D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북 중견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핵심 연구인력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의 우수한 청년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전북의 대표 중견기업인 비나텍의 대표가 전북대를 찾아온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지역의 기업이 지역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연구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제는 대학이 기업의 요청에 화답해야 할 차례이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으면 전북에서 월드클래스 기업, 글로벌 히든챔피언을 탄생시킬 기대는 무망하다. 결국은 우수한 인재의 확보만이 전북의 기업을 살리고, 향후 전북의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독일은 국내외 우수 인재 유치에 대단히 적극적인 국가이다. 필자가 학생들과 더불어 지난 수년간 방문한 독일의 대학이나 막스프랑크연구소, 프라운호퍼연구소 등을 살펴보면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유학생, 연구원들로 가득하다. EU에서 수행하는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는 우수인재의 독일 영입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독일의 인재 육성 전략은 기본적으로 전문성 강화에 있다. 철저히 전공분야의 능력 위주로 인재를 채용하고 능력에 따른 대우를 한다. 불필요한 스펙을 쌓을 이유가 없고, 한자리에 10년에서 20년 이상 근무하여 전문성을 쌓는다. 이러한 해외 인재 영입과 인재 육성전략을 우리는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기저에는 개개인의 정직성과 윤리의식,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혁신 기술로 무장한 기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여 기존의 거대기업을 추월하고 있다. 참고로, 포츈지 선정 500대 기업이 시가총액 10억 달러를 달성하는데 평균 20년이 소요된 반면, 융합 신기술로 무장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신생 기업)들은 평균 4.4년 만에 이를 달성하고 있다. 한국에도 현재 쿠팡, 옐로모바일, L&P 코스메틱 등 3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키기 이전에, 우리 전북은 글로벌 강소기업, 월드클래스 기업 육성부터 출발해야 한다. 참여정부 이후로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지역 기반의 기업 성장이 없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전북의 현황에 비추어 볼 때 지자체와 대학은 참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동원<전북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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