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인생의 봄날은 언제인가요?
당신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인생의 봄날은 언제인가요?
  • 채지영
  • 승인 2018.06.14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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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춘 作 Spring (125 X 125cm, Mixed media, 2018)
 안녕하세요. 어릴 적 할머니의 방은 검정색에 반짝반짝이는 무늬를 가진 가구들로 가득했었어요. 이불과 옷을 꺼내실 때마다 열리는 그 가구는 검정색이 매우 빛났는데요. 거기에 형형색색의 나비와 꽃들이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처럼 빛났어요. 매일 아침마다 옷장을 마른 걸레로 쓰다듬으시며 그 장식들과 이야기를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선합니다.

 15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유품을 정리하실 때에 쓰셨던 작은 경대는 지금도 제가 집에서 갖고 있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그저 볼품없는 오래된 경대이지만, 저에게는 무척 소중한 추억이 있는 물건이지요. 후에 어머니로부터 듣게된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 가구들은 할머니가 시집오실 때부터 귀하게 소유하셨던 나전칠기였고, 당시 매우 고가이고 귀한 것이라 할머니가 매우 아끼셨다는 것을 알게 됐죠.

 제 눈에는 검정색의 옻칠된 나무 위에 햇살이 방에 들어올 때 방향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달리 보이는 그 나전칠기의 장식이 지금도 매우 예뻐보이기만 합니다. 이런, 제가 잠시 추억에 빠지고 말았네요. 그 이유는 바로, 오늘 소개할 이희춘 작가의 ‘spring(봄)’이라는 작품덕분 입니다.

 이희춘 작가의 그림에는 꽃과 나비, 동물들이 함께 노는 몽유화원이 펼쳐집니다. 작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은 채 중도를 지키며 무위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노자가 말하는 도를 자연으로 돌아가서, 순수한 자연의 덕을 갖는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인생이 현실을 구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인간인 우리가 화려하지만 그 겉모습에 가려서 진실을 인지 못하는 그런 현실을 왜곡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명한 오방색은 몽유화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그림에 생생함을 부여합니다. 나전칠기가 가진 화려함을 쫓아 할머니가 간직하셨던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비록 배움이 적어 늘 아끼고 겸손한 할머니의 인생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이번 주말, 교동미술관 전시실을 방문해 이희춘 작가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인생의 봄날을 함께 공유해 보는건 어떨까요?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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