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으로서 법관, 다시 생각해 보다
지식인으로서 법관, 다시 생각해 보다
  • 이민영
  • 승인 2018.06.1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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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이 의심되는 문건이 공개돼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오늘 아침은 이 결과에 관계 없이 다른 각도에서 법관을 보았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하는 법관이기 때문이다. 법관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고도의 도덕성과 양심, 그리고 독립성이 요구되는 전문인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번 일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에서 보듯 권력과 재판 거래를 했느냐가 핵심이다. 이 문제는 사법부의 독립, 사법개혁 등과 직결되는 문제로써 문재인 정부의 법조적폐 청산이라는 국정목표와도 연관돼 있다.  

 최근 실시한 사법부의 의견 수렴 과정을 보면 소장 판사는 수사촉구까지 요구하는 반면, 고위직 판사는 수사 불가 또는 내부 조정을 원했다. 이 둘의 부류는 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릴까. 여기에서 지식인의 양심을 느낄 수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불의에 저항했던 분들, 박정희 정권의 유신 땐 개헌의 부당성을 온몸으로 막으며 민주주의를 지켰던 학자들, 이런 분들이 우리에게 각인된 지식인이다. 이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관들도 양심적 판결을 기대했기에 존경하는 것이다. 이번 재판거래 문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들에 대한 존경을 거둬들이고 싶다. 아무리 권력이 달콤하고, 출세가 좋다 하더라도 지식인이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하면 아니 된다. 지식인은 출세 지향보다 가치 지향으로 살아야 한다. 사익을 위해 기웃거리며 부귀영화를 누려봐야 몇 년에 불과하다. 지식인은 사후에도 영원히 역사의 이름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지식인그룹에 속하는 사람들은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 적어도 양심을 파는 일을 해선 안 된다.

 

 지식인이란 당 시대 평균치 이상으로 배운 사람을 말한다. 이는 지식계층에 속하는 부류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양심적인 사람을 통칭한다. 우리가 교육 받는 것은 지식의 섭취뿐 아니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물론 독학을 하더라도 자기 분야에 학리적 체계를 세울 정도의 지적 수준이라면 지식인에 속한다. 지식인에겐 지적 양심이라는 게 있다. 칸트(Immanuel Kant)는 양심이란 인간의 본질과 일체를 이룬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양심이 있어야 한다. 지식인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정제된 양심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정의롭게 살아야 우리 사회에 희망이 확산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AI(인공지능)가 활용된다 하더라도 양심까지 빅데이터로 잡아 둘 수는 없다. 법관사찰, 양심적 판사 찍어내기 등 일련의 일들이 사실이라면 법관들은 이를 통렬히 성찰해야 한다. 이런 불의를 막지 못한 나약한 지식인임을 고백하고, 양심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이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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