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두 문학평론가를 기리다
천이두 문학평론가를 기리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6.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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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문학평론가 천이두(1930-2017)의 작고 1주기를 맞아 그의 생애를 집중 조명한 특별기획전이 열려 전북의 문인들이 함께한 것.

 창간 24주년을 맞은 계간 ‘문예연구(발행인 서정환)’가 주관하고 신아출판사가 후원한 특별기획전 ‘한국현대문학의 큰 발자취-문학평론가 천이두’가 8일 오후 4시 F갤러리에서 문을 열었다.

 이종호 문예연구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된 오픈행사는 서정환 발행인의 환영사, 강연호 원광대 교수와 정양 시인의 축사, 전정구 전북대 교수의 문학평론, 장남인 천상묵 호남한의원 원장의 소회 등으로 이어졌다.

 서정환 발행인은 “전북 문단의 자랑인 천이두 선생은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훌륭한 분인데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있어 우리 자신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천 선생의 자녀분들이 소중한 자료를 잘 보관하고 있어서 귀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이두 평론가의 애제자였던 정양 시인은 경기도 용인에서부터 달려왔다. 정 시인은 “까까머리 중학교 시절에 뵌 스승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 도착해 전시된 사진들을 보니 그 속에 이미 떠나간 사람, 가고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어 마음이 싸하다”면서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도 스승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다”고 회상했다.

 오는 20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천이두의 비평가로서 빛나는 문학적 업적과 그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공유하게 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천이두 선생의 문학 생애와 삶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 패널과 사진이 다수 공개되고 있다. 또 갤러리 한 켠에는 천이두의 집필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상과 가방, 필기구, 원고지, 저서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영상으로 만나는 천이두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가족과 제자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천이두 평론가가 조정래·황순원·하근찬 작가 등과 교류했던 미공개 편지를 통해서는 전북을 넘어 전국의 문인, 문학관련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했던 그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전정구 전북대 교수는 “천이두 평론가는 한 작가에 대한 평론을 다루면서도 거대한 한국문학을 그려내는 평론 작업으로 영혼과 울림으로 읽히는 글을 남겼다”면서 “작가의 연대기적인 평론이 아니라 각 시기의 중요 작가들에 의해 표현된 한국문학의 내적 가치와 주제를 균형감 있게 포착했다”고 평했다.

 그의 장남인 천상묵 원장도 “아버지는 문학비평을 하면서 한의 정체성을 찾다가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가 판소리에 함축되어 있음을 깨닫고 판소리 연구에도 매진하셨다”며 “평소 용서와 관용, 자비와 사랑 같은 단어를 참 좋아하셨는데, 그러한 점에서 아버지가 연구한 한의 정서는 분노나 절망이 아닌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정서라고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전북이 대표 문예지인 ‘문예연구’는 그동안 전북 출생으로 창작 활동을 활발하게 펼친 시인, 작가, 평론가들을 찾아 그 문학과 생애를 지속적으로 연구 정리하는 연재물 ‘우리 시대 우리 작가’를 지면을 통해 공개했다. 현재까지 26명의 문학인들의 생애와 작품을 정리한 바 있는데, 이번 전시는 지난 2012년에 정리한 천이두의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전시다.

 ‘문예연구’ 주간 강연호 원광대 교수는 “우리 지역 문인들의 가치와 업적을 돌아보자는 의미로 기획된 코너가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주 소중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편집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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