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투표하지 못한 벌
제대로 투표하지 못한 벌
  • 권혁남
  • 승인 2018.06.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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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3 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길거리는 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이 지나가는 유권자들을 향해 호소를 넘어선 읍소를 하느라 그런대로 시끌벅적하다.

 그러나 선거관계자를 제외한 나머지 유권자들은 냉랭하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번 지방선거는 영 선거분위기가 서지 않는다.

 특정 정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판국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결정지을 메가톤급 북미, 남북회담까지 겹쳐 지방선거가 자칫 실종될 위기에 처해있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1995년 1회 때 68.4%로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였으나 2002년 3회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8.8%로 바닥을 치고 만다.

 이때 모든 사회계층이 크게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과 캠페인이 도입되면서 투표율이 점차로 높아졌다. 지난 2014년 6회 때 56.8%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라 올해 7회는 60% 가까운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을 세기의 회담 앞에서 지방선거가 너무나도 작아 보인다.

 투표는 헌법상에 명기된 국민의 의무가 아니다. 우리 헌법은 교육, 근로, 납세, 국방 등 4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투표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투표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벨기에, 그리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의 30여개 국가처럼 의무투표제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는 등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땅히 지지할만한 정당이나 제대로 된 후보자를 찾지 못했음에도 강제로 투표해야 한다면 자칫 민의의 왜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반대한다. 대신에 투표는 의무가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심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이번 7회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7명 등 3,994명과 교육감 17명 등 총 4,016명을 뽑는 대규모 선거다.

 특히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1인 2표제가 처음 실시된다. 지방선거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살림을 책임질 가장 가까운 생활일꾼을 뽑는다는 점이다. 생각해봐라.

 우리 자녀의 교육은 물론이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도로 및 교통문제, 쓰레기 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 건축 등의 주거문제 등 우리들의 가장 기초적인 생활을 담당할 일꾼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럼에도 중앙문제를 다루는 대통령, 국회의원만을 중요시 여긴다면 우리들의 지역생활은 공동화되고, 부실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중요한 생활일꾼을 제대로 뽑지 않아 주민들이 얼마나 고생하였는가. 우리 전라북도 지역만 보더라도 임기 도중에 감옥에 가는 군수나 지방의원들을 많이 보아왔다. 그것은 생활일꾼의 역할을 가볍게 보고서 아예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았고, 투표한 유권자들도 심사숙고하지 않고서 가볍게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는 마치 대통령과 국회의원 뽑듯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후보 선택도 심사숙고해보자. 그렇지 않으면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우리 유권자보다 못난 사람들에게 지배받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투표장에 가지 않고, 심사숙고하지 못한 죄로 받게 되는 벌을 4년 동안 져야 하는 것은 너무 무겁고 길지 않은가.

 권혁남(전북선거방송토론위원장,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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