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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들의 작지만 값진 승리…영화 '허스토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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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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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극장가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영화가 잇따라 내걸렸다.

'귀향'(2016), '눈길'(2017), '어폴로지'(2017), '아이 캔 스피크'(2018) 등이 대표적이다. 저마다 소재가 주는 무게감에 관객들이 지레 짓눌리지 않게 다양한 장르와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아픔을 풀어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허스토리'는 실화를 담백하게 정공법으로 담는다.

1992년부터 6년간 일본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투쟁(일명 '관부재판')을 벌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재판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화는 위안부의 처절한 삶을 재연하지 않는다. 법정 증언대에 앉은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사연을 들려줄 뿐이다. "증거가 없다"고 발뺌하는 일본 정부 앞에 할머니들은 흉터투성이인 맨몸을 드러내며 "내가 곧 증거이자 증인"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분노와 슬픔, 미안함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도,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막을 수 없다. 할머니 역은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이 맡았다. 모두 연기로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다. 이들의 법정 연기는 마치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민규동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민족 전체의 큰 상처로 환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히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한 명의 여성, 인간으로서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을 법정으로 이끈 사람은 원고단 단장이자, 부산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문정숙(김희애 분) 사장이다. 평소 지역 여성을 돕는 데 앞장섰던 문 사장은 여행사 사무실에 위안부 피해 신고전화를 설치한다.

그러자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던 할머니들이 하나둘씩 전화를 해온다. 16년간 문 사장의 집에서 집안일을 봐주던 배정길(김해숙) 할머니도 그중 하나다. 이들의 사연을 들은 문 사장은 재일 교포 변호사 이상일(김준환)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낸다.

여장부 같은 문정숙은 사재를 털어 할머니들의 재판을 물심양면 돕는다. 초반에 제법 컸던 그의 집은 나중에는 작은 집으로 바뀌어있다.

문정숙이 왜 그렇게까지 할머니들을 돕는지, 처음에는 공감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문정숙은 나중에 이렇게 말한다. "혼자 잘 먹고 잘살아왔던 게 부끄러워서…"

김희애가 문정숙 역을 맡아 부산사투리와 상당한 분량의 일본어 대사를 소화해냈다. 베테랑 배우지만, 표준어를 또박또박 쓰는 그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터.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끝나지 않은 고통에 몸부림치던 할머니들은 재판 과정을 통해 서로 연대하면서 조금씩 바뀐다. 속으로 움츠러들던 이들은 나중에는 자신들이 '국가대표'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1998년 일본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원고단 중 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각각 30만 엔(약 300만 원)씩 지급할 것을 정부 측에 명령한다. 다만,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죄 요청은 인정하지 않았다. 영화가 다루는 시기는 이때까지다.

그러나 이후 5년간 계속된 항소, 상고 끝에 판결은 뒤집히면서 실제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사죄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4월에는 재판에 참여한 마지막 원고 이순덕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현재 28명뿐이다. 영화계가 더 자주 위안부 할머니들을 스크린으로 소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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