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모 화백, 부안 사계 ‘56m’ 대작 완성
홍성모 화백, 부안 사계 ‘56m’ 대작 완성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6.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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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모 화백 작업 모습
 “나의 고향은 부안입니다.”

 대개 자신의 고향을 자랑스럽게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고향을 예술 작품으로 표현하기란 좀 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전북 부안 출신의 홍성모(58) 화백은 그 어려운 일을 주지하지 않고 오히려 필생의 업으로 삼아왔다.

 한국화가로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의 고향 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옮겨 담은 것.

 홍 화백은 장장 1년 8개월 동안 직접 발품을 팔아 부안의 계화도에서 줄포만 생태공원까지 99km에 달하는 해안선 일대와 마실길 70여km를 배를 타고 답사했다.

 그리고 그러한 풍경을 길이 56m, 높이 94cm의 대작으로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이러한 대작을 생각해낸 계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위도에 스케치를 갔다가 돌아오는 배 위에서 바라 본 변산의 해안길은 마치 정원과 같은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어요. 그 순간 내가 나이가 들어서 눈도 침침해지고 손도 떨려 작업하기 힘들기 전에 바다에서 본 부안 해안길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홍 화백은 이러한 계획을 부안군 측에 전달하고 완성된 작품을 기증하겠다고 하자, 군청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렇게 고향의 풍경을 오롯이 화폭에 담아내기로 하고, 그가 처음 시작한 일은 화선지부터 고르는 것이었다.

 직접 화선지를 고르고 여러 번 써보고 나서 주문을 했고, 작품을 겹쳐서 붙일 풀도 2년 간 마련했다.

 “다행히 부안군에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줘, 2016년 10월부터 1년 6개월의 기간을 잡고 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새로 지은 부안 청사 1층과 2층 민원실 로비의 길이를 재보니까 56m 정도의 길이가 나왔는데 계화에서 줄포만까지 봄, 여름, 가을, 겨울 부안의 사계절을 담는 구도로 그렸습니다.”

 홍 화백은 1년 6개월 정도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는데, 바다에서 바라 본 부안의 풍경을 주제로 정했기에 배를 타고 나가는 어려움도 감내했다.

 바다에서 본 해안 풍경이 필요해서 자동차로 갈 수는 없기에 군청에 행정선을 부탁하며 바다에 두 번 나가기도 하고, 한 번은 고무 보트로 해안선 가까이 스케치를 하기도 했단다.

 아울러, 자신의 개인전 사비로 낚시배를 13번 빌려 타, 바다로 나가 선상에서 스케치를 마쳤다.

 56m 대작을 완성하기 위해 홍 화백은 10년 넘게 대학에서 해오던 강의도 중단하고,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서울에서 출발해 곰소 작업실까지 260km를 한 주도 빠짐없이 왕래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췌장염으로 쓰러져 두 번이나 입원 생활까지 하는 아픔을 겪고 나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들어간 경비와 시간은 절대 아깝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향이 나에게 준 뼈와 살에 대한 보답으로 알아야죠.”

 홍 화백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작업을 하며, 부안의 해안 절경에 매료돼 오히려 힘을 얻었다고 한다.

 “변산반도를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면 한동안 몽환적인 풍경에 녹아 듭니다. 바닷 물결과 산맥에서 힘이 솟는 기세를 만끽하고 나면, 부안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확신도 들고 마지막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죠.”

 오는 7월 부안군청에 완성된 그림을 정식으로 기증할 홍 화백은 작품의 제목을 ‘해원사계부안도’(海園四季扶安圖)로 지었다.

 ‘해원사계부안도’는 바다의 정원, 부안의 사계절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홍 화백은 이 작품 외에도 산과 들이 어우러진 부안 8경을 화폭으로 담은 10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현재까지 65점의 작품을 완성한 상태로 내년에는 서울에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주제로 이야기가 있는 부안 이야기를 전시회와 책으로 펼칠 계획입니다.”

 오늘도 홍 화백은 남다른 부안 사랑을 곰소 작업실에서 내변산과 줄포 갯벌을 바라 보며 붓질로 표현하고 있다.

 홍성모 화백은 백산중·고등학교 및 원광대 미술교육과와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동국대와 원광대에서 강사를 역임했고, 성균관대에서는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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