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태 조각전 ‘몽(夢)-하늘에 살다’
홍경태 조각전 ‘몽(夢)-하늘에 살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6.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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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조각 작품이 시선을 압도하는 것도 잠시, 쇳덩이의 집합체임에도 이상하리만큼 그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호기심에 이끌려 작품 앞에 다다르니 마치 구름의 운해가 떠다니는 듯, 그 속에서 보다 더 자유로울 것만 같은 우리의 모습을 꿈꾼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이미 읽기라도 한 듯, 작가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꿈을 그렇게 잇대어 두었다.

 매 작품 발표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조각가 홍경태씨가 이번에도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만큼, 또 하고 싶은 만큼 최대치를 보여주는 이채로운 작품을 들고 나타났다.

 홍경태 작가의 네번째 개인전 ‘몽(夢)-하늘에 살다’가 20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린다.

 7일 오픈식과 함께 공개된 이번 홍 작가의 신작에서는 지름 1cm 정도 될까 싶은 너트를 붙이고 붙인 고행의 결실과 마주할 수 있다. 작가가 작품에 사용한 너트의 숫자만 10만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를 용접해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움 그 자체다.

 이태호 미술평론가도 “마치 꿀벌들이 수많을 벌집을 채워가며 밀랍을 차곡차곡 완성하듯, 10만개가 넘는 너트로 채워가는 외로운 고행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며 박수를 보냈다.

작품의 형상은 폭발의 모습을 하고 있다. 홍 작가는 작은 너트를 모아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너트의 빈구멍을 채워 하나의 덩어리로 나타냈다. 이를 나타내는 방식에는 홍 작가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흐르고도 넘치기에, 철이나 스테인레스 스틸이라는 재료의 차가운 특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홍 작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꿈과 목표의 모습들은 각기 다르겠지만, 우리는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며 꿈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면서 “우리가 무언가를 추구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생기는 열정과 욕망 등 폭발하는 감정을 버섯구름의 형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홍 작가는 “너트를 일일이 용접하면서 무언가를 향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장 7개월에 걸친 작업기간 동안 매 순간을 뜨겁게 보냈을 청춘. 쉽게 표현하기 보다는 어렵게 돌아가는 길을 택한 그의 선택이 반갑기 그지없다. 이제, 잠깐 멈춰도 좋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 그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청춘임을 확인시켜주었으니 말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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