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미술계가 더욱더 발전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무엇보다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고 그나마 있는 공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훌륭한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그 기능과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공간들이 많은데, 이것은 기획전시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전문적인 안목과 식견, 경험 등을 두루 갖춘 전문 기획자의 부재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지역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예산의 부족과 전문기획자의 부재는 결국 작품과 작가의 선정뿐만이 아니라 전시 주제 및 프로그램의 기획, 홍보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어 결국 지역 전시로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화랑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점점 사라져가고 활력을 잃어가는 사설화랑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근 전북미술계는 외형적으로 늘어난 전시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전시의 내용과 질(質)적인 부분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전시들이 여전히 특정된 장르에 편중되어 있고 몇몇 기획전과 특별전은 비슷한 규모의 중앙 및 타지역의 전시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마치 ‘맛보기’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수많은 전시들 중에 전북미술계에서조차도 커다란 감흥과 새로운 화두를 던져줄 수 있을 만큼 눈에 띄는 전시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공공미술관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현대미술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종합예술’적인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 전라북도 미술계는 여전히 미술 분야만이 아닌 타 분야와의 만남을 시도한다거나 조금 더 진보적이거나 실험적인 전시방식은 시도하지 못하거나 미흡한 것 같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은 결과적으로 지역의 열악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것이 또 다른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더욱 착잡한 것은 이런 악순환과 구조적인 문제들이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의 빛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전북의 미술계 역시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새싹과도 같이 잠재력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젊은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미술계의 희망은 바로 젊은 작가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젊은 작가들에게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정방식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최근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한 공공미술관들이 젊은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신진작가들을 양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타 작가들’이 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전북미술계가 새로운 시스템과 젊은 작가들을 발판삼아 힘찬 도약과 함께 새롭게 비상(飛上)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호<미술평론가/익산문화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