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이 엮은 ‘엄마의 꽃시’
김용택 시인이 엮은 ‘엄마의 꽃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6.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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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늦게 글을 배운 어머니들의 시 100편에 담긴 사연이 따뜻한 감동을 안겨준다. 어머니들의 시는 가슴 뭉클하고, 유쾌하고, 희망이 넘친다. 틀에 갇히지 않아 재기 발랄하고, 표현이 삶처럼 생생하다. 세상을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노년의 통찰은 가슴을 찌르고도 남는다.

 김용택 시인이 엮고 글을 보탠 ‘엄마의 꽃시(마음서재·1만3,500원)’가 출간됐다.

 이 책에 실린 시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가운데서 100편을 엄선해 엮은 것이다.

 그동안 한글교실에서 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지역 단위로 문집을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김용택 시인이 시화전 수상작들 가운데서 시를 고르고 거기에 생각을 보태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를 쓴 어머니들은 이제 겨우 글눈이 트여서 맞춤법도 정확하지 않지만, 우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고, 용기를 주고, 다시 희망으로 살아가게 만들어 준다.

 책에 실린 100편의 시를 쓴 어머니들은 모두가 시인이다. 그중 최고령자는 88세다. 지적 장애를 가진 45세 엄마도 있고, 남편 하나 믿고 한국으로 시집을 오게돼 한글을 배운 이주여성도 있다.

 1부에 수록한 시들은 가족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사랑이 절절히 녹아 흐르는 작품들이다. 가난해서 학교 근처에도 못 가본 어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그들에게 적어 보내는 마음에 “사느라고 참 애쓴”어머니들의 모진 세월이 담겨있다.

 2부에 담은 시는 글을 알고 나서 느낀 벅찬 행복과 기쁨을 노래한 시들이다. “굳은 머리, 굽은 손, 무디어진 혀”를 놀려가며 따라 읽고 쓰는 기쁨을 눈앞에 그려 보이듯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머니들에게 글눈이 트인 오늘은 어제와 다른 오늘이었던 것이다.

 3부에는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쓴 시들을 담았다. 시를 쓴 어머니들 중에는 시골에서 평생 농사짓고 살아온 이들이 많다. 어머니들은 글자를 알고 나니 마른 땅에 콩을 심을 때고 글자를 생각하고,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글자를 본다. 보이고 들리는 것을 글로 써내니 그대로 삶처럼 생생한 시가 되고도 남는다.

 4부는 글로 배우고 찾게 된 인생, 그 희망을 노래한 시들이다. 세상 천지에 무서울 것이 없었던 어머니들에게 가장 무서운 놈이었던 글자를 잡았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에 거칠것이 없다는 고백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인생의 끝자락이라 여기며 그럭저럭 살려고 했는데/ 글자로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노래한 시에서는 밝고 희망찬 삶의 길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엄마의 꽃시’는 이 땅의 아들과 딸들에게 주는 엄마의 선물과 같은 시집이다. 여기에 시와 한데 어우러지는 그림은 서양화가 금동원 화백의 작품으로, 시와 더불어 사유의 길을 걷게 해준다.

 시의 말미에 김용택 시인이 풀어내는 생각 가운데는 작가의 어머니와 관련된 일화도 담겼다. 아들이 글을 쓰는 사람인데 시인의 어머니도 글을 몰았었던 것.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며느리에게 글을 배워 아들이 쓴 책을 떠듬떠듬 읽을 만큼이 된 어머니. 어머니로부터 삶이 곧 공부라는 것을 배운 시인과 어머니의 사연도 가슴 뭉클하기만 하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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