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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
김차동 전주MBC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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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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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상 최고의 선거꾼, 사상 최악의 정치인 히틀러

 시쳇말로 ‘잉여’였던 히틀러가 정치에 나서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절망과 좌절감 덕분이었다. 울분이 가득했던 히틀러는 누구든지 붙잡고 떠들어대곤 했는데 그것이 군 고위장교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존재가 상호작용에 의하여 완성된다는 것은 비단 김춘수의 ‘꽃’과 같은 낭만적인 발견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꼬리에 꼬리를 문 필요에 의해 거듭 발견되었고 광기어린 연설과 호전적인 시위로 점차 그 필요를 설득해내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실업이 급증하고 극심한 민생고에 시달렸던 독일의 서민들은 ‘이게 다 유대인 때문’이라는 히틀러의 선동에 빠져들었다. 히틀러는 이전까지의 독일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모와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는 자신과 나치당의 권력을 위해 정말 미친 듯이 뛰었다. 드디어 히틀러의 나치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총리가 된 히틀러는 이내 ‘비상사태법’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었다. 반대편 세력들을 가차없이 체포하고 고문, 투옥했고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나치당이 아닌 다른 정당은 모두 폐쇄했으며 모든 노조를 금지했다. 히틀러는 집권을 시작한지 반년이 안 되어 독일의 민주주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런 그를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독일 국민이었다.

 #2 네 번의 낙선, 위대한 실패자 노무현

 1988년 그는 부산 동구에서 13대 국회의원이 됐다. 1992년 역시 부산 동구에 출마했지만 이번에는 낙선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90년 여소야대의 정국을 뒤집고 지역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3당 합당 사건이 있었고, 그는 민주자유당에 합류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당을 따라갔다면 순조로웠을 정치여정은 그때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었다. 1995년 제1회 지방동시선거에 그는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패배한다. 많은 이들이 민주당을 탈당하라 권유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지역주의에 영합하는 길은 정치인의 원칙과 정도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1996년 그는 당의 권유로 서울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여기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다. 이후 이명박 당선자는 비서관의 폭로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그가 보궐선거로 종로에 입성한다. 2000년 그는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한다. 굳이 당신이 아니어도 지역분열을 막을 사람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안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나, 주변은 만류했다. 그는 다시 부산에서 낙선했다. 선거운동원들조차 왜 상대 후보처럼 이기는 선거를 못하고 바보처럼 정직하게 선거운동을 하느냐고 원망했다. 그는 이야기한다. “나는 지역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추구하겠다는 목표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뿐이다. 상대 후보와도, 부산시민과도 싸우지 않았다.” 이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그에게는 ‘바보’라는 별명이 생겼다. 부산시민들은 왜 그가 자꾸 떨어지면서도 꼭 부산에 출마하려는 것인지 진심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3년 그는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네 번의 낙선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정치 이상을 공감했던 많은 사람은 자발적인 선거운동원이 되어 극적인 드라마를 이뤄냈다.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에 이런 정치인도 한 사람쯤 필요하지 않겠나?” 2003년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한 패배자를 선택했다. 그렇다. 그는 노무현이다.

 #3 L’heure entre chien et loup 개와 늑대의 시간.

 해질녘 모두가 붉게 물들고, 저기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함규진 교수의 말처럼 선거는 ‘개와 늑대들의 시간’과 흡사하다. 누구든 늑대보다는 때로는 안내자이고 동반자이며 나를 위해 싸우거나 함께 울어줄 그를 원한다. 물론 충실하던 개가 선거 이후 민의를 배신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늑대로 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분명한 건, 선거 민주주의는 그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상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은 지치지 않고 정도와 원칙을 수호해야 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치열하게 평가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최악의 선거도 최선의 선거도 국민의 손으로 이뤄진다. 투표는 국민이 가진 최소한의 직접 정치권이며 가장 합법적인 저항권이다. 젊은이들의 표현대로 ‘쫄 거 없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당당하게 선택하자.

 김차동<전주MBC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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