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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박물관에 가는가?-여가동기의 여섯가지 기준
김은영 전북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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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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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박물관 미술관이 대중화되는 데에는 ‘관람자연구’라고 하는 이론분야의 활성화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세기 초반 서구의 박물관 관장들이 박물관이 확보한 관람객들의 사회적 관습과 물리적 편리함을 마련해주는데 관심을 두게 되면서 징후학(Symptoms)이 박물관에 이용되었다. 1920년경 미국의 행동심리학자 에드워드 로빈슨(Edward Robinson)이 관람하는 사람을 추적하면서 스톱워치를 이용하여 노트에 기록하는 식으로 관람자가 박물관 방문 중에 느끼는 물리적, 심리적 피로를 규명하고자 한 실험이 관람자 연구분야의 시발점이 되었다.

 비록 이러한 단편적 실험과 장치로서 ‘박물관 피로’를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관람자의 물리적 심리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이후에 재개되어 1950년에서 70년 사이에 미국과 캐나다, 영국의 주요 미술관 박물관들에서 활발하게 계승되었다. 그리하여 수많은 조사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에 의한 표본 조사로 주요 관람객층의 성질을 파악하는 프로젝트가 왕성하게 이루어졌다.

 그러한 조사는 대개 관람자들의 구성비율을 성, 인종, 나이, 교육적 배경, 직업, 수입수준, 거주지역, 박물관 방문의 빈도, 지체시간, 혼자 방문인가 누구를 대동했는가, 방문의 동기 등으로 파악한다. 이들의 방대한 조사결과는 대체로 주 관람층이 백인, 젊은세대, 중상층계급이며, 평균적(대학) 학력수준을 지녔고, 친구나 가족을 대동하며, 대개 1시간에서 1시간 반쯤 머무는 것으로 밝혀졌다.

 1970년대 이후 관람자 조사를 통해 관람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방식은 더욱 정교해지면서 관람자의 욕구나 여가시간을 보내는 형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미국의 박물관교육 이론가인 존 포크(John H, Falk)와 린 디어킹(Lynn Dierking), 마릴린 후드(Marlyn Hood)의 연구들은 관람자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을 밝혀주었다.

 1981년 후드는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보낼 방식을 결정하는데 따르는 판단의 6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는 ①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인가, ②가치 있는 일인가, ③물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가, ④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가, ⑤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인가, ⑥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가 들이다. 그의 연구결과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준들에 대한 우선순위는 방문자 경험의 빈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참여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배움의 기회,’ ‘새로움을 체험하는 도전,’ ‘가치있는 일’을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후 포크가 이 기준을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결과는 후드의 조사와 사뭇 달랐다. 이들은 대체로 ‘시설·공간에서의 편안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등에서 우위를 보였다. 이는 연령 성별 인종 문화권에 따라 같은 문제에 대해 반응이 차이를 갖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그때까지 박물관분야의 관람자 조사가 거의 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던 상황에서 1993년 미국내 대표적 다문화지역인 샌프란시스코만 인근의 박물관 미술관들 29군데를 대상으로 미국내의 소수문화권그룹들의 박물관체험 행태에 관한 방대한 조사가 처음으로 실행되었다.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아시아계 멕시코계 아프리카계 관람자들이 박물관에 가는 선택기준으로 유독 ‘가족들과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시설인가’를 꼽고 있다는 점이었다.

 국내에도 이러한 조사가 2000년대 이후로 기관별로 이용자만족도 조사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에서 ‘가족과 편안한 휴식과 여가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구는 데이터 상으로나 눈으로 언뜻 보기에도 주를 이룬다. 주말의 박물관 미술관에는 전시장보다도 야외 마당 그늘에서 삼삼오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이 흔하게 보인다.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청소년들에 발빠르게 대응하느라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포토존을 설치해 두기도 한다. 현재 한국의 박물관 미술관 관람자체험 행태로부터는 후드가 말한 여가동기의 여섯가지 기준 외에도 ‘학교단체수업이나 과제하기’ ‘사진 찍어 SNS에서 소통하기’가 아마도 주요 방문의 동기로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김은영<전북도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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