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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시구 절시구 부안 카이로스 광장 ‘시계탑’(상)
김형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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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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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비둘기가 깃을 털고, 뻐꾸기가 뽕나무에 내려앉는다는 곡우. 밤하늘에는 동방청룡 7수(宿) 중 ‘저성’이 밝다. 저성은 마치 자벌레가 기어오는 듯한 모습의, 청룡 가슴 부위에 해당하는 별자리이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와 있는 지금, 임금의 집무실인 방수(防宿)로 들어가는 길이 밝으니, 사람을 가슴으로 품는 인군이 나오려나. 기대감이 부안 본정통 카이로스 광장을 서성인다.

 1980년대까지 가장 번화했던 부안읍 동중리. 과거 ‘본정통’이라 불리던 카이로스 광장은, 수많은 새들의 둥지이자 지각쟁이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공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첫사랑이 시작되는 시간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마음을 그쳐두었던 곳이었으며, 목숨 있는 모든 것들이 저녁노을 속에 발뒤꿈치를 모으는 곳이기도 했다. 모든 감관이 다소곳하여져 죽지 않는 때를 기다릴 만한, 그런 곳.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구도심 공동화로 주변 상권이 빠르게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흉물로 전락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 곳에는 거대한 시계탑이 세워져 있다. 부안의 액운과 재난을 막아주는 ‘서외리 당간지주’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토막의 돌기둥을 연결시킨 특이한 형태의 석당간이 남근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퍽 이색적이다. 주산인 성황산 맥을 따라 내려온 음기가 강하게 모이는 지역이어서일 거라. 조선시대의 풍수사상과 연결되면서 비보형태로 이루어진 풍습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기에 시계탑이 자녀를 잉태하는 길지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면 과언일까.

 남근 숭배를 중심으로 하는 생식기 숭배 사상은, 특히 농경사회에서 일반화된 민속 신앙이다. 선사시대부터 남성의 성기가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해 자손 번성, 풍부한 생산, 제재초복(除災招福)을 위한 것이다. 여근 형상을 폭포와 석굴에서 찾는다면 남근 형상은 대개 석조물이나 바위에서 찾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시대 이전부터 다산을 기원하는 형태로 남근 숭배사상이 시작되었다.

 조선 현종 12년(1671)에 세워진 남근 모양의 서외리 당간을 본뜸으로 해서 지금은 부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시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시계탑. 사람이 병들면 곧 혈맥을 찾아 침을 놓거나 뜸을 뜨면 병이 낫는다. 산천도 그러하거니와, 역사와 역사를 잇는 시간도 그러하다. 흠이 있는 땅을 보살피고 치료하며 보완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그 흠결 있는 곳에 비보책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계탑은,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시계를 뛰어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 근본을 치유하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시계탑의 모티브를 찾는다면, 부안의 생태성에 있다. 부안은 서해를 중심으로 내변산과 외변산으로 나뉘어 산과 들, 바다를 품고 있는 보기 드문 지역이다. 원시적인 자연생태계의 천이현상이 만들어낸 산야와 건강한 생태 고리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과 사람을 변화시키고, 치유할 수 있는 신이한 힘을 지니고 있다. 씨앗을 물고 있는 새의 형상을 보고 무한한 부안 생태문화의 ‘첫 씨앗’을 되새겨볼 수도 있는 것이다.

 /글=김형미(시인,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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