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이는 순간의 기록
일상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이는 순간의 기록
  • 채지영
  • 승인 2018.05.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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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규 作 달빛 (41×27cm, 한지에 수묵담채)

 안녕하세요. 오늘은 음악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요? 여러분들은 베토벤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14번(작품번호 27-2) 월광소나타를 들어보신적이 있으실거예요.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으로 베토벤이 31세이던 해에 작곡하였다고 해요. 사실 피아노 제자이자 첫사랑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한 음악(평민과 귀족이라는 신분차이로 베토벤이 연모하였지만 이루어질 수 없던 사랑의 감정이 실렸어요.)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들으면 좀 더 쓸쓸하기만 하지요.

 여기 까만 밤 속에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설경을 그린 작품이 있습니다. 이홍규 작가의 <달빛>이지요. 작가는 어느 날 달빛 풍경을 바라보는데 이 풍경을 혼자 보기가 아쉬워 누군가와 함께, 특히 설경에 비치는 달빛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해요.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다 보면 설경을 많이 그려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화 작가인 그는 여백의 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 하던 중 어느 계절보다 겨울을 선호하게 되었고, 비움을 그리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설경을 많이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눈은 역설적으로 추운 날 내리지만 작품을 통해 따뜻한 기운을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작가는 사실, 풍경을 실제와 똑같이 그려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굉장히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느끼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을 표현하고 싶었고, 달빛의 아름다움을, 눈의 따뜻함 같은 무형에서 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작품을 본 오늘 하루는 여러분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시나요?

 일상의 기억들이 쌓여 시간이 되고 과거가 되는 것처럼, 단정하게 쌓인 눈이 켜켜이 시간의 흐름을,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월의 흔적을 비추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교동미술관 전시장을 방문하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월광소나타를 들으며, 나만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요?

  

 / 글 =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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