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시간은 다시 돌아온다 .
잊혀지지 않는 시간은 다시 돌아온다 .
  • 박성욱
  • 승인 2018.05.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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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 담은 비닐 봉투> 4월 16일 아침. 여느 때와 똑 같이 학교에 출근해서 교실로 들어가 책상 옆에 가방을 내려 놓았다. 한 명씩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책상에 앉아서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아린이가 조용히 다가와서 비닐 봉투를 내밀었다.

“선생님! 어제 엄마랑 같이 만들었어요.”

“어! 그래. 아린이 마음이 참 예쁘구나!”

비닐 봉투에 노란 리본이 13개 담겨 있었다. 아린이와 아린이 엄마가 함께 만든 노란 리본. 가방에 메달고 다니면서 가슴에 새기고 다녔던 리본이다. 그런데 아린이 엄마와 아린이가 만든 것이어서 왠지 마음이 찡했다. 자식을 키우면서 사연이 없는 부모는 없다. 그리고 때로는 부모 마음을 알고 아이가 너무 빨리 철이 드는 경우가 있다. 리본을 바라보는 내 눈 속 내 그런 마음이 겹쳐졌다. 마음 속에서 자꾸 떠오르는 말

“내 새깽이들, 내 새깽이들…….”

 

<시간을 거슬러 가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경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가 발생했다. 온 국민의 시선과 마음이 진도 앞바다를 향했다. 주체 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대한민국을 덮쳤다. 무거운 마음으로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방파제 끝까지 천막이 세워져 있었고 벽에 붙은 사진, 엽서, 노란색 깃발 등이 처절한 슬픔과 분노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다들 발걸음 하나 말소리 하나도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나 그 많은 것들 중에서 내가 참고 참았던 눈을 쏟게 만들었던 것은 회색 컨테이너 속에 보관된 증243, 증244 증000……. 진흙 묻은 아이들 여행 가방이었다. 맛있는 과자, 옷, 세면도구, 귀여운 잠옷 ……. 수학여행, 아이들 웃음 소리, 설레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진 여행가방이 비극을 담고 있다니 이것을 바로 보는 내 마음, 매일 아이들을 함께 하는 나는 순간 통곡하고 있었다.

 

<아이들 가방에 리본을 달면서> 구슬 고리로 세월호 리본을 아이들 가방에 하나 하나 달아 주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세상, 그래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 가방을 하나 하나 모았다.

“선생님! 가방을 모아 보니까 예뻐요.”

한 장 사진을 찍었다. 예쁘지만 슬펐다. 하지만 용기를 냈다. 가방 속에 행복한 추억이랑 알찬 배움이랑 가득 가득 채워주고 싶다.

 

<잊혀지지 않는 시간은 다시 돌아온다.> 4월 16일. 올해도 이 날이 돌아왔다. 뫼비우스 띠처럼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과 2015년 4월 16일, 2016년 4월 16일, 2016년 4월 16일, 2017년 4월 16일, 그리고 2018년 4월 16일. 그 날은 다시 돌아왔지만 세상을 달라졌다. 촛불 혁명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함성으로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이 달라졌다. 뫼비우스 띠처럼 늘 제자리로 돌아와서 똑같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니다. 잊지는 말아야 한다. 잊지는 말고 깨어서 오늘 행복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박성욱 구이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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