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송 시인 ‘웃음이 하나 지나가는 밤’
이은송 시인 ‘웃음이 하나 지나가는 밤’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5.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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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
▲ 웃음이 하나 지나가는 밤

 “둘레길을 걷듯 헌 옷 수선집을 가는 길/ 감나무 이파리 골목길을 돌아갈 때쯤/ 들고 있는 이 낡은 옷들이 갑자기 내 피붙이처럼/ 싸하니 아리고 아파왔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의 지하에서/ 헌 옷들을 걸치고 살아가고 있는 것/ 나는 아직도 헌 옷집을 가듯이 세상의 둘레길을/ 마냥 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 ‘헌 옷집의 둘레길’ 중에서.

 1999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은송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웃음이 하나 지나가는 밤’(천년의시작·9,000원)으로 시인은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주저 없이 강력한 생명의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그의 창작 여정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아플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거쳐 궁극적으로 자신의 통증과 타인의 통증이 공존하는 부분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은 첫 시집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병을 앓고 살아간다고 노래한다.

 그는 치유의 과정 또한 병을 얻게 되는 과정과 다르지 않음을 인식하고 자기 파멸을 생의 절벽까지 밀고 나가며 끝내 자기 회생에 대한 갈망까지를 보여 준다.

 해설을 쓴 복효근 시인은 “이은송의 시는 통증의 기록이며 스스로 선택한 자기 부정, 역행과 소명, 파멸의 기록이다”며, “아직 이르지 않거나 영원히 이르지 못할 치유와 자유, 유토피아를 위한 안간힘의 몸부림이다”라고 평했다.

 

▲ 이은송 시인
  이은송 시인은 작품 속에서 주저 없이 화자를 생의 절벽에 세워 두고, 세상과의 교감을 이루려고 한다.

 또한, 존재의 보편적 속성인 아픔으로 세사을 바라보며, 타인의 통증이 나의 통증과 다르지 않음을 수용할 때 끝내 구원받을 수 있음을 믿는다.

 그의 시가 이처럼 단순한 아픔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생의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까닭은 삶과 죽음, 아픔과 희망의 경계를 넘나드는 치열한 시어들로 현대인들의 덧난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있다.

 “내 손금이 캄캄한 별의 손바닥까지 닿은 밤이면/ 별은 이렇게 내 가슴 위로 별똥별로 쏟아진다고 믿고 있어/ 춥고 어두워서/ 더욱 밝은 아픈 별/ 내던져진 나의 상처 속으로 와 촘촘히 박히리라고// 서정시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만”- 시 ‘별똥별 쏟아지는 캄캄한 밤’ 중에서.

 남덕현 작가는 추천사에서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세상에 섞여 북적거리는 것은 서어해도 세상 부조리에는 둔감하지 않다”며, “자신이 행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각으로 세상을 수용하고 늘 깨어있고자 하며 자각하는 만큼 의식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은송 시인은 전북 부안 출신으로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9년 전북도민일보, 2015년 시와시학에서 시가 당선됐으며, 최근 지역 일간지에서 철학 에세이를 3년 간 연재하기도 했다.

 현재 전주 청소년인문학당과 인문고전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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