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조 시인 12번째 시집 ‘황혼의 민낯’
류근조 시인 12번째 시집 ‘황혼의 민낯’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5.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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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솔하게 담아낸 노년의 현실과 경륜의 깊이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익산 출생의 이경(裡耕) 류근조 시인이 열두 번째 시집 ‘황혼의 민낯(문학수첩·1만원)’을 펴냈다.

 이 시집은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시인 자신에 대한 준엄한 청문회의 진솔한 보고서로 읽힌다.

 “각료가 되기 위해 거치는/ 청문회만 청문회가 아니다// 지금은 머지않아 다가올 이승과의/ 결별을 앞두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멈추려야 멈출 수 없는,/ 스스로 살아온 숙연한 자세로/ 삶의 청문회장에 나와,/ 가끔은 즐거웠던 추억도 떠올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청문회를 하고 있지만…… 「청문회 계절」부문

“내 고장 칠월은/ 청문회가 익어가는 계절”이라고 시작되는 시를 읽어내려가다보니 웃음 끝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잘 알려진 이육사 시인의 시 ‘청포도’ 패러디로 시작되는가 싶더니, 내용 면에서는 그 무게감이 상당했기 때문. 나랏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됨됨이를 따져 묻는 청문회처럼, 스스로 자신의 청문회를 열고 있는 시인이 주위를 숙연케 한다.

 이처럼 삶의 황혼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시편들이 큰 공감을 사고 있다. 시인은 지나온 삶의 애환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여생을 살아가는 지표로 삼으며 마침내 생사의 굴레를 벗어나 해탈의 지경에 이르고 있는 듯하다.

 고향을 그리는 시편들도 적지않게 눈에 들어오고, 시인 친구 정양을 소재로 삼은 시를 통해서는 자신의 시 세계를 점검하고 있다. 삶의 쓴맛은 물론 그 너머의 죽음까지도 편안히 껴안고 있는 절창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는 중앙대 국문과 명예교수로 시인이자 인문학자다. 1966년 ‘문학춘추’신인상으로 등단, 대학 졸업 후 전북의 남풍과 충남의 시혼에서 동인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날쌘 봄을 목격하다’, ‘고운 눈썹은’, ‘나는 오래전에 길을 떠났다’ 등이 있다. 현재는 강남 교보(북숍) 근처에서 2007년에 집필실 도심산방을 열어 글로벌 똘레랑스(전 지구적 공동체 사회)에 초점을 맞춰 시 창작 혹은 통합적 관점에서의 글쓰기에 주력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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