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 이철우
  • 승인 2018.05.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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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실패만 거듭하는 사업가 래리 데일리는 아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자연사 박물관의 경비로 취직을 한다. 그런데 근무 첫날밤 박물관의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면서부터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모험과 코미디가 가득한 가족물이다.

 흔히 박물관은 나의 삶과 상관없는 박제된 유물이나 옛날 사람들의 물건을 전시해 놓는 고리타분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작가는 박물관을 사람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진열해 놓은 공간이자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살아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연령에 상관없이 관심과 인기를 끈 좋은 영화로 평가를 받은 것 같다.

 박물관은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을 담아 놓은 공간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유형의 박물관이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박물관, 인쇄술의 발달로 변화를 거듭한 책들을 모아 놓은 책 박물관, 술의 세계를 모아놓은 술 박물관 그 외에도 석탄 박물관, 소리 박물관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하고 고유의 특색을 담고 있다.

 이색적인 박물관 중 하나로 일본 오사카의 사야마이케박물관이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이 박물관은 7세기 초에 축조된 사야마 저수지의 토목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발굴 당시에는 소규모 자료관으로 시작했지만, 발굴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저수지의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밝혀져 박물관으로 건설하게 되었다.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의 설계에 따라 실제 저수지의 모양을 옮겨 놓았다. 외관은 제방 단면을 본떠서 만들고 건물 내부는 저수지처럼 공간을 만들어 끊임없이 물이 흐르게 연출했다. 특히 내부 진입부에는 1,400년의 역사가 쌓인 높이 15.4m, 폭 62m의 실제 제방을 전시해 박물관의 상징적인 전시물이 되었다. 실제 제방을 폭 3m, 높이 1.5m, 두께 0.5m의 101개 블록으로 나누어 잘라내어 보존 처리한 후 내진 구조를 적용해 설치한 것이다.

 새만금에도 박물관이 만들어진다. 새만금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대규모 간척사업이다.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 일대는 예로부터 금강, 만경강 그리고 동진강을 중심으로 선조들이 간척과 함께 살아온 터전이다. 바다를 막아 새로운 땅을 만들고 그 땅 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땀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어마어마한 간척 현장의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박물관을 만들고, 수천 년간 지속하여온 간척과 관련된 유물을 발굴해 전시한다면 새만금만의 또 다른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2010년 새만금 방조제 준공 이후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었고, 2012년 정부는 대간척의 역사를 콘셉트로 하는 새만금만의 특화된 박물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의 박물관은 유물만 전시하기보다는 교육과 체험, 영상오락 기능 등을 함께 갖추는 추세다. 박물관 내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 영상과 애니메이션, 첨단 가상현실(VR)시설 등을 접목시키고, 전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4D영상 체험관 시설을 설치하는 곳도 있다. 과거 선조들의 삶의 흔적과 첨단 기술이 만나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박물관 역시 새만금만의 특별한 역사와 문화, 지형적 특성과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ICT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환상과 모험의 나래를 실감나게 펼칠 수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이철우<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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