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근절은 소방관의 안전
폭행 근절은 소방관의 안전
  • 이선재
  • 승인 2018.05.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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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서비스는 각종 재난의 구호에 있어 중심적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지역 공공재로써, 국민의 관심과 필요성이 날로 높아져 감에 따라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연이어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로 소방의 역할이 대두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통해 소방관은 국민 안전을 위한 파수꾼이라는 프로필이 한층 더 높아졌다.

 그러나 소방관을 대하는 시민의 손길은 항상 밝지만은 못하다. 최근 전북지역에서도 도움을 주러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은 사례가 있었다. 이후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뇌출혈로 쓰려져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면서 안타까움은 더해졌고, 고인의 빈소엔 반듯이 다려진 제복만이 주인을 잃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 유기견을 구조하다 대형 트럭에 치여 3명의 여성 소방관이 순직한 사고가 있었기에 더는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 공·사상자 수는 2013년 294명에서 2017년 604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한 구급활동을 하던 119구급대원이 취객에게 폭행당한 사례는 최근 4년간 배로 늘었다. 그 간 고질적으로 화두에 올랐던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근무 여건에 더해 주폭을 비롯한 각종 생활 민원으로 고통을 받는 소방공무원들의 고충도 주목받게 되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소방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소방청에서는 상황별로 긴급한 정도를 나누고, 신고된 사안을 유형별로 나누면서 단순한 문 개방이나 동물 사체 처리와 같은 업무에는 구조 인력 투입을 자제할 수 있도록 생활안전 출동 거절 기준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출동 거절 기준을 마련한다고 해도 사실상 구조 요청이 들어오면 소방공무원 입장에서 이를 외면하기 쉽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현장상황에서 실제로 기준대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전라북도 소방본부는 폭행피해 예방을 위해 모든 구급차에 CCTV를 설치하고, 구급대 1개대 당 웨어러블 카메라를 지급해 폭행피해를 예방하고, 폭행 발생 시 엄정한 법집행을 위한 물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소방사법 특별경찰관 제도를 운영해 소방 활동 방해사범에 있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주취자 구조 중 폭언과 폭행 피해를 당한 소방공무원 사례에서 보듯 실제 소방 현장에서는 소방공무원을 위한 실질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부분도 있다.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폭행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절차로써 표정관리, 언어사용, 행동관리, 상황설명 등의 대응 요령들이 규정되어 있지만, 판단력이 흐려지고 과격한 주취자들로부터 대원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확실한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장 소방공무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소방공무원을 바라보는 시민의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희생이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폭행 처벌 수위 강화를 위한 법안 개정과 소방공무원의 안전을 위한 호신용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등 안전한 현장 활동을 위한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아울러 시민의 안전과 구조를 위해 일하는 소방공무원이 더 이상 폭행을 당하는 불미스런 일이 없도록 사회 전반적인 의식개선도 시급하다.

  현장 대원들의 사명감과 자부심은 현장에서 기인한다. 생명을 구하는 영웅은 국민들의 배려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소방공무원이 안전해야만 국민도 안전할 수 있고, 안전한 현장은 적극적인 현장 대응으로 이어진다.

 이선재<전북도 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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