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경미한 교통사고를 둘러싼 논쟁
14. 경미한 교통사고를 둘러싼 논쟁
  • 최성태
  • 승인 2018.05.2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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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모 프로그램이 해법인가?

 필자는 10여년 전에 손해보험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교통사고 중에 가장 많은 불만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경미한 교통사고로 입원하거나 치료를 받은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지급 문제이다.

 예를 들어 ① 골목길을 교행하던 차량의 사이드미러끼리 접촉한 사고, ② 도로 우측에 평행주차를 위해 후진을 하던 중 뒷차량을 접촉한 사고, ③ 신호대기 중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사이에 차량이 밀려 앞차량을 추돌한 사고 등과 같이 가해차량의 입장에서 매우 경미하다고 생각하는 사고에서 상대방이 병원치료를 받고 합의금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특별한 사고에 한해서 피해자를 상대로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청구 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융감독원이 매년 각 보험사로부터 이러한 소송의 발생 건수를 보고 받았기 때문에 보험사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감사 등을 우려하여 매우 제한적으로만 소송절차를 이용했었다.

 그런데 2009년부터 우리나라에 마디모(MADYMO)라는 상해분석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이 프로그램으로 소위 ‘가짜 환자’를 분별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마디모(MADYMO)는 ‘Mathematical Dynamic Models’의 약자인데, 교통사고에 따른 자동차 탑승객과 보행인의 거동 상황을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재연해 해석하는 상해 판별 프로그램으로 네덜란드에서 개발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사고 당시 동영상, 노면 흔적, 차량 파손상태 및 속도 등에 기초하여 사고의 충격이 피해자의 신체에 상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감정하는 것이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가 경찰서에 피해자의 상해에 대하여 마디모를 신청하면 경찰에서는 사고기록을 첨부하여 국과수에 마디모 분석을 의뢰하고, 국과수가 분석결과를 회신해주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마디모 신청사건 중 상당수는 기존의 국내외 논문에 근거하여 분석결과를 회신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시속 몇 km 이하의 속도에서 발생한 후미추돌 사고에서는 상해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실험논문 등에 근거하여 ‘상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음’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한편 마디모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분석한 결과도 피해자의 신체조건과 사고 당시의 조건 등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신빙성에는 의문이 남을 수 있다. 마디모 분석에서는 ‘상해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로 상해를 입었을 수 있는 것이다.

 마디모 분석을 통해 해당 교통사고로 상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수사기관에서는 인사사고 없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소송에서 마디모 분석결과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을까?

 인도 위에 주차된 차량을 도로로 진입시키기 위해 후진하다가 좌회전 대기 중인 차량과 접촉한 사안에서 법원은, “마디모 시뮬레이션 결과 사고 당시 도로의 여건, 경미한 차량손상 정도, 최종 정지상태 등을 종합할 때, 원고 차량이 10km 이하의 낮은 속도로 후진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들이 경추염좌 및 요추염좌의 상해를 입었을 개연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 사정”을 고려하여 피해자들은 보험사로부터 수령한 보험금 상당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6. 선고 2015나11075 판결).

 반면 유사한 다른 사건에서는 “형사사건은 민사사건과 달리 고도의 증명력을 요하는 것이고, 마디모 감정결과는 형사사건에서 상해유무를 판정하는 것에 불과하여 그 증명의 정도가 다른 민사사건에서 마디모 감정결과만으로 피해자들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8. 선고 2015나34214 판결).

 위 판결들은 비록 결론은 달리하고 있지만, 마디모 감정결과가 피해자의 상해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고려되는 하나의 요소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비양심적인 보험금 청구로 인하여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그로 인한 보험료 인상이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현상은 안타깝다. 그러나 마디모가 ‘가짜 환자’를 잡아내는 결정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인식 하에 피해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역시 지나친 비약이다.

 캐나다의 경우 자동차사고와 관련된 공공기관을 설립해 경추상해를 연구한 결과, 퀘벡특별위원회(Quebec Task Force)를 조직해 경추상해 진단 및 치료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의료계, 자동차공학계 등이 의견을 모아 마디모 프로그램을 보완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경미한 사고에서 상해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성태 (전주농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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