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 부지개발 논의를 시작하자
대한방직 부지개발 논의를 시작하자
  • 김태중
  • 승인 2018.05.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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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께서 생전에 자주 썼던 말 가운데 하나가 “이봐! 해봤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늘 강조했던 유명한 말로 현대그룹 불굴의 도전정신을 담고 있다. 도전하지도 않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정 회장은 불가능할 것 같은 많은 사업을 ‘해봤어’로 시작했고 성공을 거뒀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국산 포니차 개발, 백사장 사진 한 장으로 차관을 얻어 세계 최대 조선소를 세웠다. 서산 간척지 개발사업 때는 폐유조선을 가라앉혀 바닷물을 막았고, 소 떼를 몰고 방북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불가능과 반대를 달고 사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작이 반이다’란 우리 속담도 있다. 서양에도 ‘Well begun is half done.’이란 명언이 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은 무슨 일이든지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일을 끝마치기는 그리 어렵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도전하고 시작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로 정 회장의 “이봐 해봤어?”와 의미가 비슷하다. 시작은 새로운 걸음으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 처음이라는 고통도 뒤따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인생을 돌아보며 세상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해봤어?”와 ‘시작’은 ‘도전’이다. 어떠한 일이든 시작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민간회사인 ㈜자광이 추진하는 매머드급 복합개발 계획에 대해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도심 속의 석면 덩어리’로 남은 공장을 바꿔야 한다는 ‘개발론’이 우세한 듯 보인다.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가 신시가지개발에서 제척돼 오랜 기간 방치됨으로써 도시미관과 시민건강을 해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또다시 오랫동안 폐허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크다. 건설업계도 전주 도심개발과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지역 업체 참여 기회를 준다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환경단체들은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에 부정적이다. 롯데건설의 연대보증으로 사업주체가 불분명하고, 특혜 및 형평성 시비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아파트와 대형판매시설 등 대규모 복합개발로 지역자금이 역외 유출돼 전주시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고, 지역 업체의 참여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복합개발 계획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고밀도 난개발로 전통문화도시 전주의 정체성을 담는 명소가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입장이다.

 허가권이 있는 전북도와 전주시는 원칙론을 앞세우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혜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대한방직 부지가 개발되려면 도시계획 변경을 통해 현재 일반공업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꿔야 한다.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와 개발이익 환수를 놓고 논란이 예상되다 보니 미적거리고 있다. 최근엔 전주시장에 출마한 김승수 시장 등 후보들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검토하자는 견해를 내놓았으나 공론화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북은 과거 지역 대형개발 사업에 대해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집단 이기주의와 주민반대로 사업이 무산된 경험을 안고 있다. 김제공항건설, 부안 방폐장건설, KTX 익산역 결정,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등 전북과 전주를 바꿀 기회가 많았으나 반대에 부딪혀 시작도 못 해봤다. 대한방직 부지를 이대로 내버려두긴 어렵다. 개발이 불가피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지 시작했으면 한다. 지역사회의 정서가 반영된 합리적인 개발방안을 이번 기회에 찾았으면 한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계획 실현 가능한지, 전주도시개발 방향과 맞는지, 주변환경과 조화가 되는지, 전주시민의 입장이 반영되었는지, 살펴보고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결론을 내기를 바란다. 전라북도, 전주시, 의회, 언론, 시민단체, 소상공인, 지역업체 등이 포함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다. 여러 이유를 들어 이대로 방치하잔 이야기는 정말 무책임하다. 정 회장의 "해봤어?" 정신으로 도전하고 시작해보자. 수십 년 동안의 개발 논란을 걷어 내고 이번 기회에 전주의 변화를 이끌어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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