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갑이 진단한 한국사회 ‘밸런스토피아’
최문갑이 진단한 한국사회 ‘밸런스토피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8.05.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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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형 이슈로 등장한 미투(#MeToo)와 그 이전의 세월호, 촛불 사태 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 같은 대형 이슈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균형(밸런스)상실’이라는 진단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전주 출신 시사평론가 최문갑씨가 ‘밸런스토피아(좋은땅·1만8,000원)’에서 이 같이 분석하고 있는 것.

 저자는 미투 문제의 경우, 가해자들의 추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성과 감정, 육체와 정신의 균형 상실이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고 보았다. 세월호 참사도 우선은 물리적인 구조 측면에서 배의 상층부만 증축하고 하부의 평형수 관리에 소홀해 배가 균형을 잃고 가라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리더십의 어처구니없는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최순실 사태’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균형’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저자는 이들 대형 사태가 우리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는 점에서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들 ‘쓰나미’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밀려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 있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갈수록 균열의 소리가 유달리 크게 새어나오고 있고, 그 충격과 후유증이 ‘쓰나미’가 되어 우리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소득의 불균형의 심화로 흙수저·금수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청년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도 갈등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유별난 이념갈등, 남남갈등, 세대갈등 등도 극단으로 치달으며 심각한 양상이고, 사생결단의 대립과 상식 이하의 언행이 곳곳에서 난무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침몰하고 불행을 겪는 관행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그 답으로 ‘밸런스토피아’(Balancetopia)를 제시한다.

 이는 밸런스(Balance)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균형의 가치를 제대로 성찰, 구현한다면 한국사회, 나아가 지구촌은 한층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 모두가 동경하는 유토피아(이상향) 같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균형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다.

 새의 두 날개 중 하나가 비정상적이면 균형을 이루며 비상(飛上)할 수 없듯, 민주주의의 근본이념은 자유와 평등이다. 보수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자유와, 진보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평등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민주주의는 살아 숨 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이제 어느 한쪽에 붙박이로 고착화한 이념의 한계를 벗어나야 하고, 경제 쪽에서도 인간의 끝을 모르는 탐욕이 자제돼야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균형의 가치는 지금의 통일논의에도 적용된다. 저자는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이 진영논리에 치우친 점을 지적하고, 보수·진보가 함께하는 대북통일정책의 입안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또 불균형성이 심각한 우리의 삶의 문제도 파고들고 있다. 다방면에 걸친 극도의 이기주의, 가정의 위기, 사회신뢰추락 등의 현주소를 짚어본 뒤 극단이 아닌 이해와 양보, 배려의 가치 제고가 절실함을 제기한다.

 설사, 유토피아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그 과정을 충실히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고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탐욕과 극단에서 탈피해 균형과 조화의 가치, 즉 배려와 위로와 공생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일이라는 것. 잊고 살기 쉬운 균형의 원리를 우리의 제(諸)분야에서 되살려 꿈틀거리게 할 필요가 있다는 간절한 마음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전북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충남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방 5개 신문의 공동 뉴욕특파원을 지내는 등 다분야에 걸친 취재와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통합적 사고와 판단에 의해 새로운 차원으로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현재 (사)한국갈등관리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 및 논문으로 ‘포럼 글로컬’(공저), ‘세계금융위기와 국가역할에 관한 연구’,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성공전략’등이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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