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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적폐’에 대한 아침 단상
이민영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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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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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차를 맞이해 적폐청산을 ‘권력형’에서 ‘생활형’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적폐란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진 폐단이오, 공정하지 못한 폐해의 연속이다. 우리 주위에 많은 생활 적폐가 있지만 이를 청산하려 나서는 이는 많지 않다. 옳은 주장을 하더라도 혹시 찍히거나 왕따가 될 수 있다는 2차 피해 때문이다. 요즘 대한항공 갑질 사건에서 보듯 한국이 달라지고 있다. 나약한 직원들이 용감해졌고, 촛불혁명으로 집단지성이 깨어났으며, 국민들이 절대 권력 앞에서도 당당해졌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정의롭지 못하면 대통령도 몰아내고, 사장도 몰아내자고 주장하는 정도이다. 이게 촛불혁명이 준 학습효과이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불법, 탈법, 불공정으로 성공하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제 누구든 바르고 옳게 살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생활 적폐까지 청산한다 하니 기대가 된다. 생활 적폐는 권력형 적폐와 다르다. 이는 공정하지 못한 폐해가 일상 속에서 시나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체화돼 본인만 알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기득권층의 생활 적폐는 그들의 피부요 몸통이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지속해 온 생활 적폐들. 피해를 당한 주권자나 ‘을’의 요구가 있어도 무시되기 다반사이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권력형 적폐이기 때문에 국가권력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생활 적폐는 ‘갑’과 ‘을’의 이해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공적영역 보다는 사적영역에 숨겨있다. 그래서 아주 은밀히 존재한다. 정부가 생활 적폐를 청산한다 하더라도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청산하긴 쉽지 않다. 내부고발이 있거나 ‘을’의 보호 없이 불가능하다.

 토착비리, 위장 공개채용 비리, 경제적 약자 상대 불공정 갑질 행위, 담합비리 등 수 많은 생활 속의 적폐는 불법이 표출되기 때문에 공권력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합법을 위장한 생활 적폐는 이해당사자나 ‘을’이 나서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해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경쟁을 보장받게 하고 억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개인주의가 심화돼 시민의 무관심은 생활 속의 적폐를 잉태하고 있다. 만약 어떤 단체나 기관에 적폐가 있다고 치자. 이를 누가 나서서 청산하자 할 것인가. 주류세력은 이미 선으로 위장한 불공정한 패거리가 돼 있기 때문에 비주류의 말발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곳은 대체로 대표자만 바뀔 뿐 그 세력이 유지돼 장기간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이제 그 프레임, 그 세력을 교체해야만 진정한 생활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 장기적인 권력 독점은 생활 적폐의 온상이 될 개연성이 크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곁으론 선을 베푸는 집단 같은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적폐 투성이인 곳이 어디 한두 곳인가.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사기업체, 노동조합, 관변단체, 비영리단체, 체육단체, 학교 동문회, 종교기관, 사학재단, 아파트 대표자회, 상가번영회 등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는 수 많은 곳을 살펴보면 이러한 적폐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탐욕은 무한하기 때문에 권력독점, 장기적인 기득권, 바뀌지 않는 주류 세력 등 이런 환경만 조성되면 으레 생활 적폐가 생긴다.

 악질적 패거리 문화가 형성된 집단일수록 권력의 꿀단지는 기득권층의 전유물이다. 그래서 권불 십 년이란 말이 있고,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지역의 정가에도, 문화계에도, 교육계에도, 학교 동문회 등 어디든지 불공정한 패거리 인사가 있는 곳엔 그것이 있다. 다툼이 있더라도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게 한 번쯤 일소해야 새 틀을 만들 수 있다. 세력교체든, 판 갈이든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오늘 아침은 내 몸 안에도 적폐적 요소가 있는 지 살펴보는 시간이 됐다.

이민영 본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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