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신문, 희망이 남아 있긴 하는가
지역 신문, 희망이 남아 있긴 하는가
  • 김창곤
  • 승인 2018.05.20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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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은 아무리 불쾌해도 거짓처럼 위험하지 않다.”(The truth, no matter how bad, is never as dangerous as a lie in the long run.)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은 매일 7층 편집국에 들어서며 벽면의 이 글을 읽는다. 그런데 이 ‘진실’이 간단치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의 파편은 넘치지만 그 맥락(context)을 잡기란 쉽지 않다. 대중은 뉴스 이면의 진실을 알려 하지 않는다. 호기심 자체를 잃었다.

 스마트폰과 SNS가 물결치는 이 땅이다. 인터넷 신문만 7,000개다. 대중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도 다 못 찾는다. 지지율로 진실성이 가늠되기도 한다. 뉴스는 ‘효능’에 무게가 실린다. 옳고 그름은 그다음이다. 와전된 소문, 날조된 미담, 신상 털기와 언어폭력이 난무한다. 대중이 기자이고 칼럼니스트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국민이 10명 중 8명을 넘어섰다. 2030세대의 99.2%가 모바일로 인터넷을 찾는다. 실시간 검색순과 댓글로 뉴스 가치가 매겨지면서 드루킹 댓글 조작이 이뤄졌다. 해당 포털사가 뉴스 편집에서 손 떼겠다고 했으나 범람하는 낚시성 기사와 가짜 뉴스를 제어할 길은 없다.

 여론이 조작되는 세태에 정론(正論)이 설 자리는 좁다. 정론을 내걸어온 종이 신문이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가구 구독률이 1996년 69.3%에서 지난해 9.9%로 줄었다.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신문을 읽는 사람은 6명 중 1명에 그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15년 설문조사에서 절반 넘는 국민이 20년 안에 종이 신문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의 위기는 독자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탓만은 아니다. 저널리즘이 정치권 진영 논리에 휩쓸리면서 오래전 신뢰를 잃었다.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언론의 정치뉴스가 공정하다고 답한 한국 국민은 27%에 불과했다. 일본(55%)의 절반으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37위였다.

 언론은 없고 매체산업만 있다는 개탄이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이 부풀린 장밋빛 기대에 민생과 개혁 현안에 대한 토론은 실종됐다. 무너지는 산업 지형과 최악의 청년 실업을 말하면 ‘촛불혁명’을 거스르는 세력이다. 6.13 지방선거가 코앞이지만, 언론은 이 말 저 말 후보들의 말을 옮길 뿐이다.

 미디어가 여론 추이나 살피는 땅에서 기자는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조롱당한다. 그래도 책무에 매인 기자는 고군분투한다. 진실은 그것을 쫓는 악착같은 노력의 과정이다. 취재할 시간도, 쓸 시간도 늘 모자란다. 박봉을 견뎌야 기자다.

 지역 신문은 생존이 당장 과제다. 정보 생산·유통의 중앙 집중은 처음부터의 악조건이었다. 취약한 수익구조→인력난과 근로조건 악화→지면 품질 저하→독자 외면→수익구조 악화의 악순환을 더는 견디기 어려운 형편이다.

 전북은 일간지가 14개다. 관의 보도자료가 있어 지면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어차피 대다수 시민은 보지 않는다. 유료독자 1만을 넘는 신문은 두 개다. 일간지 6개사 대표가 한꺼번에 기소됐으나, 이 사실이 화제에도 오르지 않는다. 지역 신문의 경영환경을 알 사람은 안다.

 지역 신문은 전국 단위 일간지나 방송, 인터넷 신문이 넘볼 수 없는 자산을 지녔다. 밀착된 주민과의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대학이나 병원처럼 지역 경제·복리 거점이 될 수 있다. 첨단기술들을 도입, 지역 생활·건강·패션·여행 정보 등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라는 제안도 나온다. 자유민주주의 보루이자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공공재로 공적 지원도 늘려야 한다.

 전북과 자매 결연한 일본 가고시마현은 72만 가구, 161만 인구에 지역 신문이 2개다. 그중 하나인 ‘남일본신문’은 20년 전보다 10만부 줄어 지금 30만부를 발행한다.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닛케이 등 전국지는 다 합쳐도 7만부다. 매일 24~32개 지면에 주민 2,000명의 이름을 싣는 게 남일본신문 편집국원 155명, 전사원 330명의 공동 과제다. 일본에서 지역 신문 강세는 수도권 바깥 다른 현도 마찬가지다. 주민이 기사 주인이 되면 지역 신문은 산다. 우리 지역에 희망이 남아 있긴 하는가.

 김창곤<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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