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 이규성
  • 승인 2018.05.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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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록이 물감처럼 번지는 5월이다. 무심히 나선 발걸음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발길 닿는 곳 어디나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눈 호사를 누리게 하는 흐뭇한 봄날이다. 전국 어딜 가나 지역 특색을 살린 봄 축제가 풍성하고 어른, 아이 구분없이 오는가 싶게 가버리는 봄의 한 자락을 만끽하고자 마음이 바쁜 시절이다.

 어느 볕 좋은 날, 멀리 떠날 수 없는 아쉬움에 청사 옆 저수지 주변을 걷다 보니 5월의 청량함을 가르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근처 농업과학관에서 재미난 전시회가 열리나 보다. 노란 병아리를 닮은 유치원생들이 삼삼오오 줄을 지어 나오며 조잘대는 모습이 영락없이 무언가 신기한 경험을 한 모양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연령층의 지역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크고 작은 행사를 정성껏 준비하고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이달 중순까지 농업과학관에서는 ‘누에, 곤충 특별전시회’를 마련하고 온 가족이 나들이 삼아 방문해 체험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누에가 자라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하며 평소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컬러 누에, 형광 누에고치 등을 직접 만져보고 관찰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특히 미래 식량으로 떠오르고 있는 식용곤충인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애(장수풍뎅이 유충)가 들어간 과자를 맛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도 선사한다. 지난 2일 개막 이후 많은 날은 하루에 5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며 곤충에 대한 흥미와 학습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전통 농업문화 재연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모내기의 의미와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을 나누기 위한 논 모내기 행사도 열린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모내기 경진대회라는 다소 이색적인 행사를 통해 농사의 가치를 일깨우고 이웃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는 우리 전통 농업문화를 되새겨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연구기관이라는 전문성을 살려 전국의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월 1회 ‘체험! 연구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구현장을 공개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생명공학 지식을 연구현장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실험도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미래 첨단기술인 생명공학이론의 기초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자리를 통해 막연히 어렵게만 생각했던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나아가 진로탐색의 기회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앞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진행한 치즈 만들기 행사는 내년을 기약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축산 연구현장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자매결연을 통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의 한 부모 가정을 초청해 농업과 농촌의 연구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일, 역시 뜻깊은 행사로 기억된다.

 

 농업진흥청 자리매김

 

지난 2014년 지방이전으로 전북 전주에 둥지를 튼 지 만 4년째를 맞고 있는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지역의 정서를 이해하고 지역민들과 적극적으로 호흡하는데 열의를 갖고 임했다. 농업과학관과 농업과학도서관, 농업과학원 홍보관, 잠사박물관은 이미 소문을 타고 지역의 과학교육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국가농업전문도서관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농업과학도서관은 평일과 주말(열람실)에도 일반에게 개방하고 평소 무료영화 상영이나 북 세미나를 통해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하며 지역 상생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농업과학관은 지난해에만 10여개의 특별전시를 열고 약 10만 여명의 관람객을 맞았다. 잠사박물관도 올 들어서만 1,500여 명이 다녀갔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라는 외국 속담이 있다. 올봄, 농촌진흥청이 국민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공감하며 전하는 농업, 농촌의 가치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게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농촌진흥청 이규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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