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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과 도둑정치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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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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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5월 16일이면 5·16군사정변을 떠올린다. 1961년 오늘 박정희가 군사쿠데타를 감행하여 정부를 장악하고 ‘군사혁명위원회’를 만들어 반공을 국시로 삼는다는 ‘혁명공약’을 발표했다.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한 것이다. 박근혜는 2012년 대선 때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어쨌거나 18년 유신독재로 이어지는 철권통치의 시작점이었다.

 아프리카 콩고에서도 5월 16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한다. 1997년 이날 32년간 통치하면서 국고와 광물자원, 외국 원조자금을 수시로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모았던 모부투 세세 세코가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부투는 클렙토크라시(Kleptocracy)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클렙토크라시는 그리스어의 ‘도둑’과 ‘정치 체제’라는 단어의 조어에서 파생된 말로 ‘도둑정치’나 ‘도둑체제’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과학이나 정치학에서 쓰는 개념이라기보다는 풍자적인 의미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도둑정치는 천연자원의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나타난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가난한 나라에서 국민의 안녕과 복지를 위해서 힘써야할 국가 지배층이나 고위관료가 권력을 남용해 자신들의 재산만 불리고 욕심만 채우는 일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런 국가의 대통령이나 수상 같은 지배자는 사적인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국가제도, 법, 심지어 여론을 활용하는데, 이것이 마치 재산을 강탈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도둑, 강도의 비유를 써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04년 세계부패보고서에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재임기간 무려 150억~350억 달러에 달하는 국가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평가돼 최악의 부패 지도자로 선정했었다. 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을 두 번째 최악의 지도자로, 모부투 세세 세코 전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을 세 번째 최악의 지도자로 각각 꼽았다. 두 사람의 축재액은 각각 50억~100억달러, 50억달러로 평가됐다. 이들은 독재자로 이름이 높았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이 책에서 도둑정치가 국가의 이념, 종교 획일화하고 여러 가지 지배자의 권력남용을 방지하는 장치를 무시하고 지배층이 정치적 기득권을 마음껏 관철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천문학적 부정 축재를 보면 한국적 도둑정치의 일단을 확인하게 된다. 현재 구속되어 있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도 이런 점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지켜볼 일이다.

 오늘날 영어에서 얼간이를 뜻하는 idiot의 어원은 그리스어 idiotes이다. 이 말은 공공의 세계에서 벗어나 사적 세계에만 탐닉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우리가 땀 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바치면서 정작 그 돈이 도둑정치를 하는 지배층의 사금고로 흘러들어가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 채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얼간이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지난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통해 우리 국민은 위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아직 이 혁신은 진행형이다. 도둑정치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고 국민이 결코 얼간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는 방법일 것이다.

 안호영<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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