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보다 안정 택한 ‘전주국제영화제’
파격 보다 안정 택한 ‘전주국제영화제’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05.1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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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결산
판타지아 2000 포럼
 지난 12일에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가 프로그램 면에서 독립과 대안이란 기존의 파격 보다는 안정을 택하면서 ‘영화 표현의 해방구’란 슬로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19회째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최초로 관객 8만명 시대를 열어 역대급 흥행을 이뤘다고 밝혔지만, 좌석 점유율은 줄었을 뿐 아니라 그에 못지 않은 역대급 운영 미흡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좌석 점유율’ 되레 줄어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충직)는 올해 총 45개국에서 장편 197편, 단편 44편 등 모두 241편의 작품을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5개 극장 19개관에서 상영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사무처는 12일 “전체 상영 중 284회가 매진돼 지난해 279회 보다 5회차가 늘어난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좌석 점유율은 지난해(80.4%) 대비 올해(약 76.7%) 하락했을 뿐 아니라 상영 회차도 오히려 지난해(543회) 보다 7회 감소한 536회로 나타났다.

 영화제 사무처는 관객 동원 면에서 “기존 최고 기록인 18회 영화제(79,107명)를 넘어 올해 80,200명으로 추정한다”고 집계 결과를 내놨지만, 참가국 수는 지난해 대비 58개국에서 45개국으로 감소했다.

 그동안 독립과 대안, 디지털이란 세 가지 기조 아래 여느 국제영화제와 차별화된 방향 모색을 꾀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는 시류에 편승한 듯한 프로그램 방식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레전더리 섹션으로 선보이면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화제 측은 개막 전 기자회견을 통해 디즈니 레전더리 섹션이 어린이날 연휴에 맞춰 가족 단위 관람객 등에게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영화 자막을 읽어주는 서비스와 놀이 체험 등 어린이 관객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상영관에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성인들이 주로 극장을 찾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주, 국제영화제 맞나?!

 더욱이 올해 영화제가 아쉬웠던 건 내년이면 20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만의 정체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2월 개최된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향기가 짙게 남았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개들의 섬’이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영화 ‘상속녀’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제경쟁 부문 대상으로 선정됐다.

 영화제가 제작을 지원한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는 올해 5편으로 늘어났지만, 그동안 독립과 대안을 추구한 전주만의 특징은 돋보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개막식의 레드카펫 행사 도중 사회를 맡은 배우들이 입장을 반복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프레스 뱃지의 오기 문제로 취재진에게 원성을 사는 등 내년이면 20회를 앞둔 영화제 답지 않은 영화제로 세간의 기억에 남았다.

 영화제 사무처는 개막 전부터 해외 게스트 초청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곤란을 겪었다.

 영화 감독 알렉세이 게르만 주니어가 영화제에 불참을 통보하자 계획한 특별전을 부랴부랴 취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무처의 업무 관리 소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휴와 야외 행사 등을 염두에 두고 영화제를 기존 4월에서 5월로 개막하다 보니 백상예술대상 시상식과 겹치고, 8일에는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해 전주는 국내·외 영화계로부터 조명을 덜 받았다.

 영화제를 앞두고 사무처 홍보마케팅팀은 외신과 서울 매체 담당이 사표를 제출해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

 올해 영화제가 굿즈샵에서 선보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 뱃지 5종과 공식 포스터 판매는 공급량이 적어 이용객들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이충직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폭넓은 문화를 전파하는 국제영화제의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했다”며, “독립과 대안 영화제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 내년 봄에는 한층 성숙해진 스무 살 성인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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