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축제, 여가의 가치
차 축제, 여가의 가치
  • 이창숙
  • 승인 2018.05.1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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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28>
 획일화된 사회와 많은 정보, 인터넷이라는 속도는 개인의 상상력을 누르고 인간의 지적 능력만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상을 꿈꾸며 자신의 정체성을 추구한다. 또한 과거의 모습 속에서 전통을 재확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견고히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장이 축제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민속화된 축제는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역 단위로 일정한 기간에 열리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지역의 특징과 의미보다는 외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화려한 외양과 규모에 치중하는 양상을 띤다. 쇼와 스펙터클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지역민들에 의해서 조직되고 준비되기 보다는 외부인들에 의해 꾸려지는 축제의 기본조건에서 멀어지고 있다. 획일화되고 복합적인 요소를 지닌 행사 중심의 축제를 흔히 접할 수 있다. 본래 의미의 순수한 성격의 축제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사실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축제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단순히 문화상품만을 구하기 위한 것인지, 주최 측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유럽이나 일본 사회의 경우 비교적 축제의 순수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매년 열리고 있다. 그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특색을 강조한 특징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역의 정체성 또한 강조되어 지역민들의 여가시간의 증가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탈을 꿈꾸며 빠른 일상 속에서 평상시와는 다른 분위기와 자신을 찾기 위해 여가를 누리는 것이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일상적이며 때론 일탈이다. 예의와 풍습이 관련되어 일상문화와 밀접하다. 차 관련 축제가 차산지를 중심으로 열리기 시작한 지 20년쯤 흘렀다. 5월이면 해마다 남쪽 여기저기서 차 축제가 열린다. 누구나 한 번쯤 기대를 걸고 차 축제에 참여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여가를 즐겼을 경우도 있고 참여보다는 구경꾼으로만 있다가 왔을 경우도 있다. 매년 반복되는 프로그램으로 여흥을 돋우어 주기는 역부족이었을 가능성도 크다. 조금은 일부 특정인들의 행사로만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여하튼 축제는 일상의 삶에서 일탈을 꿈꾸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차 문화 생산국인 중국의 경우 송대(宋代, 960년~1279년)는 차문화가 가장 화려했던 시기이다. 이 당시 명전(茗戰), 점다(點茶), 점시(點試)라 일컬어진 투차(鬪茶) 대회가 있었다. 이는 차를 마시는 방식으로 북송(北宋)말 복건과 건안의 민간에서 시작되어 송대까지 유행하면서 차를 마시는 특색 있는 방법으로 전해졌다. 투(鬪)라는 글자에서 볼 수 있듯이 차를 ‘겨루다’는 의미가 강하다. 차를 달이는 방법과 순서가 엄격하고 세밀하다. 송대는 붕당으로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져 문인들의 심리상태가 내성적이고 투사적 성향이 강했다. 이러한 사회상황의 영향으로 문화 예술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다. 차를 마시는 방법은 당대(唐代, 618년~907년)와 비슷했지만, 더욱 섬세하여졌다. 생활 속의 고상한 정취를 가미하는 추세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당시 투차는 명성이 높은 관리와 시인, 묵객에서 부랑자, 시정의 평민까지 모두 즐길 정도로 유행했다. 거리 여기저기서 투차 대회가 성행했다. 원대에 이르러 쇠퇴하기 시작했지만 300여 년간 그 명맥을 유지했다. 이러한 문화는 고려와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가루차를 마시는 방법이 송대에 차를 마시는 방법에서 온 것이다. 일본은 그것을 다도로 발전시켜 그들만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매년 열리는 차 관련 지역축제는 문화상품으로 자리한 지 오래되었다.

 전통적 요소를 찾아내 그것을 발전시키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현대인에게 축제의 자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매년 찾아오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닌 참여 주체와 지역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 버팀목으로 삼는다면 보람과 만족감을 주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 글 = 이창숙 문화살림연구원 원장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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