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사랑을
5월에는 사랑을
  • 최상섭
  • 승인 2018.05.10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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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막 잡아 올려 펄펄 뛰는 잉어의 항변이다. 5월은 18살 아가씨 명지 털 보송보송한 얼굴의, 호수같이 맑은 눈의 눈웃음이다. 5월은 새벽이슬에 부서지는 아침햇살의 싱그러운 풀빛이다. 5월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한 등나무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흐르는 머리카락 기인 여인의 발길이다. 5월은 머리를 길게 따 늘어뜨린 옆집 게집아이와 자운영 꽃 붉은 논두렁길을 지나 낮은 언덕에서 삐비 뽑아 먹으며 가슴이 뛰었던 내 유년의 추억이다. 5월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새파랗게 멍이 든 파란 물결이다. 

  5월의 꾀꼬리 노래 소리 청아한 미루나무 그늘 밑에는 어디로 가는지 3자의 개미행렬이 바쁘고, 긴 다리로 엉큼엉큼 걷는 백로가 두려운 왕눈이는 아직 덜 자란 꼬치 밭으로 줄행랑을 친다. 연두 빛 풀냄새가 달구름처럼 일렁이면 나는 시계초 꽃잎에 초록의 마음을 담아 푸른 바다가 그려진 5월의 편지를 쓸 판이다. 복사꽃 얼굴을 붉히던 그리움이 떠나간 시방은 작고 어여쁜 날의 아카시아 꽃 향이 흥건한 세월을 열어 보조개 쏘옥 들어가는 가슴 가득한 미소, 나는 그 속에 푹 빠지고 싶다. 

  쪽빛처럼 푸르게 들어 누워 초록의 물결이 일렁이는 보리밭, 그 위를 날며 무어라 노래하는 종달새, 파란 구름 한 점이 외로운 나그네처럼 떠나가는 5월의 창공, 이런 것들을 새장의 그물로 가두어 두고 세월의 빗장을 걸어두려는 소솔한 마음, 그 위로 5월의 감나무 잎사귀가 더욱 푸르다. 

  산 빛 풀빛 고은 5월에 설토화 꽃잎으로 가슴을 열어 추억이 흐르는 젊은 날의 기억을 푸른 강물에 빠트리고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는 한 잎 모란 꽃잎의 서정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반백이 되어 성근 내 머리 같이 옥양목을 깔아놓은 찔레꽃 흰 순정이, 어머니의 가슴으로 다가오는 5월의 동산에 오르면 나는 장대로 낮달을 따려는 부질없는 생각으로 세월을 낚는다.  

  초록의 물결이 파도처럼 넘실대는 갈색의 넓은 들녘에는 농부의 모를 심는 이앙기 소리 정겹고 어느새 파란 꿈이 영글어가는 푸른 들녘으로 변해가고 있다. 문득 “절대 포기하지 마”의 그림이 생각나는 백로와 개구리의 싸움이 오늘 이 푸른 들녘에 흥건하다. 

  5월은 세상모르게 뛰어노는 어린 새싹들의 고운 함성이 메아리치는 정겨운 가정의 달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풀꽃처럼 예쁘고 미루나무처럼 싱그러운 꿈으로 크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하늘만큼 땅만큼 큰 것이 계절을 이고 가는 부모의 마음이다. 장미꽃 붉은 순정이 넘치는 가정에 가시 없는 꽃으로 맑고 밝고, 고운 향이 넘쳐나기를 작은 가슴으로 소망해 본다. 

  라일락 꽃 향기 진한 초록의 계절,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나가는 흰 구름 한 점도 정겨운 5월에 사랑을 하자. 가슴이 뛰어 숨이 막힐 것만 같은 뜨거운 사랑을, 아카시아 꽃향기로 가득 담아 오늘 내일 끝없이 펼쳐지는 사랑의 화원을 함께 일구어 나가자. (2018. 5. 5 어린이날에)

  최상섭 /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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