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픔 간직한 새만금 새로운 미래
역사의 아픔 간직한 새만금 새로운 미래
  • 최규명
  • 승인 2018.05.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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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국토에서 전북의 새만금은 그 위치와 용도로 보아 흡사 부국을 상징하는 국토의 배(복부)를 연상케 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부안 대항리와 가력도, 신시도, 야미도, 비응도의 섬을 이어 군산 내초동에 이르는 방조제축조가 1991년 시작되었고 환경적, 경제적 타당성 검증시비 등 우여곡절 끝에 2010년 길이 33.9km의 세계최대의 방조제가 완공되었다. 방조제 내의 면적만 401㎢에 달하여 국토면적에서도 배를 불리는 영토 확장의 의미도 담고 있다. 원래 이 지역은 만경강과 금강이 바다에서 만나는 합수지역으로 두 개의 강 유역에는 김제·만경의 넓은 평야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예로부터 김제·만경 뜰은 우리나라 곡창지대의 대명사였으며 이러한 연유로 김제의 금(金)자와 만경의 만(萬)자를 따 금만평야, 만금평야라 불리다가 근래에 대규모 간척사업이 계획되면서 새로운 땅을 의미하는 새(新)자를 앞에 붙여 새만금이라 불리게 되었다.

 지금의 새만금지역은 예로부터 ‘온 나라의 흉년을 구하던 들판’으로 기근이 들거나 전쟁이라도 나면 온 백성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대표적 곡창지대였다. 그로 인해 일제강점기 때는 토지수탈의 한 복판에 있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쌀은 대부분이 일본 본토로 들어가는 식량수탈의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였다. 당시 이 지역의 쌀 생산량에 따라 일본 본토의 쌀 가격이 좌지우지될 정도로 만금 뜰에서 생산되는 쌀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였다. 일본인들은 이 지역의 쌀 수급안정과 증산을 명분으로 드넓은 개펄을 메우는 간척공사와 수리사업이 성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우리 선대들은 농토를 늘리는 간척사업에 강제 동원되는 등 노동력 착취의 현장이기도 했다. 또한 이 평야지대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전주와 군산 간에 새로 만든 길이라는 뜻의 신작로가 처음 건설되었고 쌀 등 많은 물자운송을 위해 군산의 항만과 철도까지 조기에 개설되기도 하였다. 당시 전국이 농경문화였던 구한말 시대분위기와 달리 군산지역은 세관, 은행, 상점 등 일본인들을 위한 신경제의 장이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토지 및 식량, 노동력 수탈과 쌀 부족으로 보릿고개 등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새만금지역은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적 의미가 서려있는 곳이다.

 이러한 아픈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이 지역에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기술과 자본력으로 거대한 마당이 마련된 것이다. 새로운 국토 새만금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최근 새만금위원회 등 정부 주도의 회의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전북경제의 앞날을 점쳐볼 새로운 가능성의 땅이라는 점에서 그 개발의 기대는 남다르나 그동안의 진척은 미미했던 것 같다. 국가사업임에도 정부의 지원이 확고하지 않아 사업추진이 더딘 부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북의 경제는 새만금지역인 군산의 경기침체를 기화로 답보상태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인근에 새만금이라는 좋은 개발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에도 그 속도는 느리게만 진행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현 정부 들어 새만금 개발에 대한 속도를 빨리하려는 움직임은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주도 새만금의 개발은 농생명분야와 스마트 수변도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등 매우 중요한 국가발전의 요충지로 계획된 만큼 그에 걸맞은 스마트시설 설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역사성과 최근 지역경제의 어려운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부에서도 여타지역의 산업단지조성 수준을 넘어 근대사의 아픈 역사적 의미를 깊이 인식하고 국민적 자존심을 높이는 상징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 대두하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스마트 인프라가 구축되도록 전북의 기존 주력산업과 잘 연계되도록 설계된 미래도시와 친환경이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조성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전북은 본 사업을 오래 기다려온 만큼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준비로 국가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 수 있는 토대가 되기를 바라며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역사 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훌륭한 지역으로 재탄생되기를 희망한다.

 최규명 LX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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