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 김인후 선생의 훈몽재부터 6km 펼쳐진 순창 선비길
하서 김인후 선생의 훈몽재부터 6km 펼쳐진 순창 선비길
  • 순창=우기홍 기자
  • 승인 2018.05.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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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일 년 가운데 가장 찬란한 시기로 불린다. 산하는 온통 녹음으로 짙어지고 봄꽃이 만발한다.

 새색시 볼 마냥 붉은 철쭉이 산이며 들에 지천이다. 주말 봄을 만끽하기 딱 좋은 날씨다. 또 가정의 달인 만큼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제격일 듯싶다. 특히 봄 여행이면 숲과 시냇물, 새소리를 들으며 가족과 함께 걷는 봄 도보여행은 특별할 듯싶다.
▲ 순창 선비길 데크로드
 순창군이 최근 ‘선비길’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선비길은 조선 유학의 큰 별로 불리는 하서 김인후 선생이 지은 강학당을 복원한 훈몽재를 시작으로 쌍치면 둔전리에서 복흥면 하리까지 6km 구간이다. 조선 유학을 테마로 우리나라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발자취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전북1000리길에도 선정될 만큼 독특한 테마와 아름다운 풍광을 인정받았다. 주말 봄 도보여행은 조선 유학의 숲길을 거니는 순창 선비길로 떠나보자.

▲ 순창 훈몽재 전경
 ▷조선유학의 큰 별 김인후 선생의 발자취

 순창 선비길은 훈몽재에서 시작해 독립가이며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생가, 낙덕정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수려한 산세와 깨끗한 시냇물은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치유해 준다. 그냥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도보길을 느낄 수 있다.

 선비길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에서부터 묻어나오듯이 조선 유학을 테마로 한 길이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훈몽재가 있다. 훈몽재는 순창군 쌍치면 둔전리에 위치한다. 하서 김인후 선생이 1548년(명종 3년)에 순창 점암촌 백방산 자락에 지은 강학당이다.

 김인후는 주자의 이기이원론을 계승하는 견해로 성경의 실천을 학문적 목표로 삼아 이를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으로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조선유학의 큰 별이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실됐던 훈몽재는 지난 2009년 순창군이 하서 선생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예절과 유학 등 전통문화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중건했다.

 선비길의 첫 발걸음은 이곳 훈몽재에서 시작된다. 훈몽재에서는 고당 김충호 산장과 훈장들이 유학을 공부하고자 머무는 학생들에게 강학을 한다. 또 방학이면 전국에서 전통유교와 예절을 공부하고자 대학생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이 이곳을 찾는다. 말 그대로 조선유학의 혼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훈몽재에서 유학의 혼을 느꼈을 양이면 이제 본격적인 선비길로의 여정을 시작해 보자. 훈몽재에서 석보리까지 2.2km 구간은 숲을 지나는 데크와 자연 그대로의 흙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데크로드 1.16km 구간은 숲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끼며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도보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작은 천(川)은 청량감을 높인다. 들꽃과 들풀이 어울려 때가 묻지 않은 흙길은 자연 그대로의 미를 느끼기에 제격인 구간이다. 이팝나무 구간도 눈길을 끈다.

▲ 가인 김병로 선생 생가
 ▷가인 김병로 선생 생가에서의 사색

 복흥면 중리마을에서 시작되는 도보여행도 여행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중리마을은 김병로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 가인 선생은 아직도 현직 법관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뽑힐 만큼 청렴을 실천하며 사신 분이다.

 우리 민족의 인권을 지키는 일에 온 정열을 다했으며 1948년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초대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그는 대법원장 시절 우리나라 사법질서의 초석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다지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1963년 건국공로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선생의 “모든 사법 종사자들에게 굶어 죽는 것을 영광이라고 그랬다. 그것은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는 명예롭기 때문이다”란 퇴임사는 그의 청빈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가인 김병로 선생 벽화
 가인 선생의 생가는 소담한 편이지만, 선생의 기개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또 마을에는 선생을 기념하는 벽화와 청빈한 삶을 상징하는 몽당연필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선생의 생가에서 낙덕정까지의 길도 자연 그대로의 흙길이다. 넓어진 하천은 마음마저 시원함을 준다.

 김병로 선생 생가에서 1km를 걸어가면 동산 위에 옛 정취를 그대로 느끼는 정자가 있다. 낙덕정이다. 이 정자는 광무 4년(1900)에 김노수가 하서 김인후 선생의 발자취를 기념하고자 세운 것. 김인후가 자주 찾았다는 메기바위, 즉 낙덕암의 이름을 따 낙덕정이라 지었다. 낙덕이란 덕망이 높아 후학들로부터 존경받고, 평소에 자연을 늘 가까이했던 김인후의 인품을 상징한 것이다.

 특이한 점은 보통 사각모양의 정자와 달리 낙덕정은 육각형으로 지어졌다. 여섯 방향으로 여섯 개의 모양이 있고 불을 지피는 아궁이까지 갖춘 보기 드문 정자다. 이곳에서 흐르는 하천을 보고 있을 양이면 그 옛날 하서 선생의 생각 한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5월이다. 봄의 아름다움을 느낄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싶다. 주말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도보길과 옛 유학의 정취는 물론 기개까지 느끼고 싶다면 순창 선비길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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